인도 정부가 2012년 여대생을 성폭행한 범인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방영을 금지하자 인도의 한 방송국이 항의의 뜻으로 한 시간 동안 침묵 방송을 내보냈다.
인도의 영어 뉴스채널 NDTV24x7(이하 NDTV)은 8일(현지시간) 오후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불이 붙은 램프와 ‘인도의 딸’이라는 글자만 있는 화면을 소리 없이 방송했다. NDTV는 당초 영국 BBC 방송이 제작한 ‘인도의 딸’ 다큐멘터리를 이 시간 방영할 예정이었으나 방영하지 못했다. 인도 정부가 이 다큐멘터리가 여성을 모욕하는 성폭행범의 일방적 주장을 담고 있어 사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방송 금지를 명령했기 때문이었다.
소냐 싱 NDTV 편집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소리치지 않는 대신 듣겠다”는 글을 올려 당국의 금지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다큐멘터리의 취지가 인도의 여성 현실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일으키려는 것이었음을 강조했다.
BBC와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 레슬리 우드윈이 공동 제작한 ‘인도의 딸’은 2012년 12월 뉴델리의 버스 안에서 버스 기사 등 남성들이 여대생을 집단 성폭행한 뒤 살해한 사건으로 사법당국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범인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범인들의 “품위 있는 여성은 밤 9시에 밖으로 나다니지 않는다”, “성폭행당할 때 저항해선 안 되고 조용히 성폭행을 허락해야 한다”는 등 영화속 발언들이 전세계적으로 분노를 일으켰고 인도 정부와 법원은 이 영화의 자국 내 방영을 금지했다. BBC는 이 영화의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자 여성의 날인 8일 영국, 인도 등 7개국에서 동시 방송하려던 계획을 바꿔 5일 영국에서 먼저 방송했다.
인도 내에서는 성폭행범의 왜곡된 주장을 널리 전파할 바탕을 마련해줘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방송금지를 찬성하는 측과 그 같은 주장도 인도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언론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며 성범죄 피해 여성의 법적 정서적 지원을 위한 '원스톱 센터' 설립과 긴급 구호 전화 운용 등을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다만 이번 다큐멘터리 방송 금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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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방송국, 성폭행범 다큐 금지에 ‘침묵 방송’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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