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30만 시대…아이와 통하는 아빠 되려면…

Է:2014-11-07 15:47
:2014-11-0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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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30만 시대…아이와 통하는 아빠 되려면…
“좌측 대각선으로 쭉 그어요. 더, 더.” “이제 10초 남았습니다.”

지난 1일 서울 도봉다문화가족지원센터 교육장. 정모(43)씨 지시에 따라 종이 위에 그려진 미로를 연필로 빠져나가던 장모(49)씨가 머뭇대기 시작했다. 장씨의 눈에는 안대가 씌워져 있었다.

정씨는 답답한지 “아니 거기 말고, 이제 꺾어야 한다니까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예정된 시간이 끝난 후 안대를 벗고 완성품을 확인한 둘은 서로 마주 보며 파안대소했다. 2인 1조로 이뤄진 파트너십 훈련 과정의 일환이다.

“안대를 착용하니까 어떠세요. 답답하죠?” 강사 김모(42)씨는 “여러분의 아내와 아들 역시 안대를 쓰고 다니는 것과 같다”며 “믿을 곳은 여러분밖에 없으니 마음을 좀 비워야 한다. 그곳에 아이들의 언어를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의 ‘아빠’들이 주목받고 있다. 다문화가정 30만 시대를 맞으면서 이들이 우리 사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이달 들어 서울 지역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들은 일제히 ‘소통하는 아빠’를 주제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날 역시 다문화가정의 아빠 7명을 대상으로 ‘아이와 통하는 아빠 되기’ 교육을 하던 중이었다.

다문화가정은 ‘가장’의 역할에 따라 성패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은 몇 달 만에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만큼 뛰어난 재원이었다. 그러나 50대 남편은 결혼식 후 가정을 등한시하고 도박과 술에 빠져 살았다. 결국 이 여성은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고 채 2년도 안 돼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반면 50대 한국인 아빠와 30대 중국인 엄마를 둔 은서(7·여)는 달라진 아빠 덕에 요즘 생활이 즐겁다. 은서는 항상 한국말을 더듬고 발음이 어눌해 친구들의 놀림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아빠가 은서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빠는 주말마다 같이 나들이를 가고, 유치원에도 직접 데려다 주며 은서의 생활에 깊이 관여했다. 자신과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고립됐던 은서는 아빠와 유대관계를 형성한 이후 거짓말같이 말더듬 증상이 사라졌다.

도봉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다문화가정일수록 가정을 지키겠다는 아버지의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면서 “교육을 받고 돌아가서 다른 다문화가정의 멘토가 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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