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 심사 강화] 농촌총각은 옛말… 고학력·고소득층도 결혼정보업체 노크
2010년 7월 부산에서 한 베트남 여성이 결혼 1주일 만에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남편에게 정신질환이 있었지만 베트남 여성은 전혀 모른 채 한국에 와서 변을 당했다. 충분한 정보와 준비 없이 이뤄진 국제결혼은 결혼이민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과 인권침해로 이어져 많은 문제를 낳았다. 반대로 외국 여성이 결혼이민자로 입국해 종적을 감추는 ‘사기결혼’ ‘위장결혼’도 빈발했다.
정부가 시집오는 외국 여성의 한국어 소통능력을 평가하고 장가가는 한국 남성의 소득·거주 조건을 강화한 건 이런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취지다.
그 배경에는 장기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선 다문화시대를 맞아 거주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외국인의 ‘수준’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1990년대 ‘3D 업종’ 노동력을 확보하려 산업연수생을 받아들였던 외국인정책이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 사람들이니 좀 골라서 받자’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결혼 현장에서 벌어진 ‘막차 타기’ 열풍=지난 6개월간 국제결혼 현장은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개정 전에 어떻게든 결혼하려는 이들로 아우성이었다. 저소득층 남성들을 비롯해 국제결혼을 탈출구로 여겼던 이들에게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국제결혼업체 H사 관계자는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같이 국제결혼밖에 대안이 없는 사람들은 까다로워진 결혼이민제도 때문에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E사 관계자도 “고객들에게서 하루에도 수차례씩 ‘이제 나는 국제결혼도 못하는 거냐’며 신세 한탄하는 상담전화가 걸려온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 각국에선 한국어능력시험(토픽·TOPIK) 열풍이 불고 있다. 베트남에서 다음 달 치러지는 토픽에는 2293명이 응시해 지난해 같은 기간 1494명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베트남은 한국 결혼이민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개정 시행규칙에 따라 결혼이민 비자를 받으려는 이들이 한국어능력시험에 대거 응시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어 학원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올 1∼3월 베트남 여성의 결혼이민 비자신청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증가한 1679건을 기록했다. 개정 규칙 발효 전에 ‘막차’를 타려는 이들이 몰린 결과였다.
◇“국제결혼 패턴, 이미 바뀌었다”=그러나 국제결혼의 패턴이 이미 많이 바뀌어 이번 조치가 큰 파장 없이 연착륙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결혼업체마다 회원 가입자들의 학력 수준이 높아져 젊고 부유한 전문직 대졸자들도 많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C사 관계자는 “농촌 총각의 국제결혼은 옛날 얘기”라며 “3년쯤 전부터는 최소 연봉 3000만원 이상인 한국 남성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국제결혼을 원하는 우즈베키스탄이나 태국 여성들은 고학력에 소득도 높아 웬만한 조건이 아니면 한국 남성과 결혼하려 들지 않는다고 한다.
‘졸속’ 결혼이 가져오는 폐해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결혼업체 J사 조모 부장은 “어떤 사람들은 결혼 후 외국인 아내의 신체나 피부색을 트집 잡으며 여러 차례 여성을 바꾸기도 했다”며 “이제 이런 문제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국 유학생과 교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결혼업체도 등장했다. 경제적 이유로 한국행을 택하는 가난한 나라의 신부 대신 능력 있는 외국 여성을 선호하는 한국 남성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민 기준 강화의 배경=2010년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 실태조사에서 다문화가정의 가정폭력 발생률은 70.4%로 일반 가정(53.8%)보다 크게 높았다. 2000년 1744건이던 다문화가정 이혼도 2011년 1만1495건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가 결혼이민 기준을 강화한 건 1차적으로 입국 전 단계부터 이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개정 규칙 곳곳에 이런 의도가 담겨 있다. 이민 희망자는 국립국제교육원이 인증하는 한국어능력시험 초급 1급을 취득해야 한다. 세종학당 등 법무부 장관이 승인한 어학기관에서 한국어 초급과정을 이수해도 된다. 의사소통이 어려울 경우 가정을 영위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거주자에 대한 초청 비자 발급기준도 까다로워진다. 종전에는 개인파산이나 부도, 법원의 채무불이행 판결 여부 등을 고려하는 조항이 전부였지만, 다음 달부터는 기준 소득액이 차상위계층(최저생계비의 120%) 이상이어야 한다. 주거지도 모텔 고시원 등 임시 주거시설에 살 경우 결혼이민자를 초청할 수 없다.
이 같은 이민정책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서 “국내 이주 외국인이 대부분 단순 기능 인력에 편중되고 결혼이민자에 대한 시혜적 지원, 외국인 범죄 증가 등으로 반(反)외국인 정서가 형성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정책의 기조를 전환했고 그 첫 단추가 이번 조치인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제결혼은 충분한 준비 기간이 마련되지 않아 부부간 이해가 부족해 발생하는 사회문제들이 많다”며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외국의 젊은 여성과 만날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정책으로, 성과를 보고 추후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박세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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