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승훈] 학원자주화 투쟁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으레 봄이 오면 각 대학에선 ‘학원 자주화 투쟁’으로 시끄러웠다.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등록금은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게다가 전근대적 운영을 일삼는 대학도 많았다. 지금이야 법·제도가 정비돼 탈법 운영하면 정부의 제재를 받지만 당시엔 재단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었다.
재단의 불·탈법을 알리겠다는 명분으로 학생들은 학내 집회 후 대개 교문 밖으로 진출하려 했다. 경찰은 학생들을 막았고 학교 주변은 최루탄과 화염병으로 뒤범벅이 됐다. 재단의 감시를 소홀히 하는 교육부를 성토하기 위해 진행됐던 소위 교문 밖 ‘교육부 진격 투쟁’은 돌이켜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일 중 하나였다. 교육부 앞에서 해야 할 시위를 뻔히 막힐 걸 알면서 학교에서 했으니 말이다. 요즘엔 교육부가 나서서 탈법 대학을 제재하고 심지어 대학을 설득해 등록금 동결을 강제하고 있으니 과거를 기억하는 입장에선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원 자주화 투쟁에서 흔히 등장했던 시위 방법 중 하나는 총장실 점거였다. 매일이다시피 총장실 점거 뉴스가 나오곤 했다. 옛날 얘기처럼 생각되는 이런 소식들이 최근 대학가에서 다시 들린다.
경기대 학생들이 최근 총장실을 점거했다고 한다. 서울캠퍼스에 있는 일부 학과를 수원캠퍼스로 옮기려는 학교 측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농성이라는 설명이다. 경기대는 앞서 장기발전계획을 세우면서 학과 통폐합 추진을 위해 서울캠퍼스 15개 학과 중 절반 정도를 수원으로 이전하기로 했는데 학생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대 외에도 여러 대학에서 학과 통폐합 혹은 정원 조정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교수들이 앞장서는 대학도 있다. 학과가 통폐합되거나 정원이 축소되면 교수들의 자리도 불안해진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학의 구조조정 필요성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데다 교육 당국도 구조조정과 예산 지원을 연계하고 있으니 대학으로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 갈등이 없다 해도 조만간 분쟁이 빚어질 학교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자칫 오래전처럼 곳곳에서 학내 분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문제에 대한 상식적인 논의와 합리적인 판단을 도출해내는 게 지금 상아탑의 지상과제다.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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