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풀죽은 국산김치

최근 영국 가디언지는 ‘젊은 세대의 외면으로 한국 김치가 위기를 맞았다(Crisis in Korea as younger generation abandons Kimchi)’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김치가 건강식품으로 세계 시장에선 호평을 받고 있지만 정작 종주국에선 힘을 못 쓰고 있다고 전했다. 젊은이들의 입맛이 변하면서 김치를 외면하고 있고 중국산 김치가 한국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우리 업계에선 한국의 김치 종주국 위상이 흔들린 데는 젊은이들의 달라진 입맛보다는 비싼 국산 김치에 비해 저렴한 중국산 김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김치 수출은 지난해 8920만 달러로 전년보다 16% 하락했다. 이에 비해 중국산 김치 수입은 이 기간 6% 늘어 1억1774만 달러나 됐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수입한 모든 김치가 중국산이었다. 반면 지난해 중국에 김치를 수출한 실적은 전무했다.

중소 김치업체 관계자는 24일 “그동안 지나친 산업규제로 우리나라 김치 가격이 올라 식당이나 외식업체가 값싼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규제란 2007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김치 안전성 강화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김치제조·가공업소에 대해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적용을 의무화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식약처는 2008년부터 연매출 20억원 이상, 종업원수 51인 이상 기업에 HACCP를 적용했다. 2012년에는 연매출 1억원 이상 및 종업원수 6인 이상으로 확대됐다. 그런데 올해 12월부터는 연매출 1억원 미만이거나 종업원수 5인 이하 기업까지 기준이 확대돼 모든 김치 생산업체들이 HACCP 인증시설에서 김치를 생산해야 한다. 업체 관계자는 “김치는 식품산업진흥법 등에서 규정하는 전통식품 인증제도로 위생안전을 충분히 검증받았다”면서 “HACCP 시설기준 때문에 고가의 에어커튼을 설치하는 등 비용이 발생했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 몇 년간 규제와 원가 부담을 피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초기 한국에 들어온 중국산 김치는 중국으로 이전한 한국 기업들이 만든 제품이었지만 지금은 생산 노하우를 전수받은 중국 기업들이 직접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산 저가 김치의 공세를 막으려면 우리 정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경우 김치와 재료에 일종의 비관세 장벽을 앞세워 한국산 수입을 막고 있다. 김치와 젓갈 등은 일반세균수, 미생물규격, 시험절차 규제를 통과해야만 수입허가를 내준다. 특히 김치는 100g당 대장균 수 30마리 이하라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은 식품 검역 시 일반세균수 기준이 없어 중국이 ‘한국산 역차별’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