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동 건물터 ‘간이 쪽방’ 등장… 불탄 화교사옥으로 돌아온 주민들 ‘위험한 거주’
지난달 화재로 소실된 서울 청계천 화교사옥에 판자로 지어진 ‘간이 쪽방’이 등장했다. 철골 구조만 남은 이 건물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태다. 그러나 이 건물 주변 쪽방촌에는 여전히 주민들이 살고 있어 이들을 위한 주거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오전 찾은 서울 중구 수표동 화교사옥. 잿더미가 된 건물터 한가운데는 정체불명의 대형 나무상자가 놓여 있었다. 이 곳에 살다 갑작스레 갈 곳을 잃은 쪽방촌 주민들이 만든 ‘간이 쪽방’이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이 건물은 ‘앞 동’ 공구상가와 ‘뒷동’ 쪽방촌으로 이뤄져 있었다. 쪽방촌에는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홀몸노인 등 빈곤층 40여명이 살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17일 한 주민이 연탄불을 갈다 실수로 불을 내면서 2명이 숨지고 건물의 절반이 탔다.
밝은 원목색의 나무판자로 만든 1평 남짓한 이 ‘간이 쪽방’은 지난 6일 밤사이 주민 3명이 직접 자재를 가져다 만들었다. 실리콘 마감재 대신 청테이프를 붙여 놓는 등 급하게 만든 티가 나긴 했지만 경첩을 장착한 갈색 방문에 창문까지 갖춘 엄연한 ‘집’의 형태였다. 이번 불로 전소된 한 공구업체 관계자는 “어제부터 뚝딱뚝딱 뭘 하더니 금세 저런 게 생겼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쪽방 주변으로는 새카맣게 탄 건물 잔재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그 뒤로 불길에 그을린 붉은 벽돌담이 군데군데 이빨이 빠진 채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화재 수습은 고사하고 언제 추가 붕괴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중구청은 2003년 화교사옥을 재난위험시설 D등급으로 분류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해 왔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는 화교협회, 건물 소유자는 중국 대사관으로 돼 있는 등 소유권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외교문제가 얽혀 있다 보니 재건축도 불가능했다. 이 틈을 비집고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쪽방촌을 만들었다.
화재 직후 잠시 인근 고시원으로 옮겼던 주민들이 하나둘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현재 2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이곳 주민들은 건물을 ‘무단 점거’한 셈이라 화재로 인한 피해보상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건물이 매우 위험한 상황이니 10일까지 모두 나가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루 6000∼1만원 고시원비도 부담스런 이들이 많아 전면 퇴거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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