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것인가… ‘임종 영성’ 세미나] 웰다잉은 죽음 자체를 긍정하는 자세
“피부암 때문에 두개골이 녹았지만 항상 노래를 불렀던 환자는 행복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음 자체를 긍정하는 자세가 중요해요.”
2000명이 넘는 환자의 죽음을 지켜본 박상은 안양샘병원장은 10일 ‘웰다잉(Well-dying)’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웰다잉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남은 이에게 죄책감을 안겨주지 않고 편안하게 숨을 거두는 죽음을 뜻한다.
박 원장은 “어느 날 병원 순찰을 도는데 어디선가 ‘내 마님은 어디 있나’란 가사의 노래가 들려왔다”며 “너무 경쾌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호스피스병동의 한 환자가 부르는 노래였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피부암 탓에 얼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두개골이 녹아내렸다. 거의 유일하게 제 기능이 남아 있던 입을 통해 ‘열창’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박 원장은 “그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노래를 부르며 옆 침상의 환자를 위로하다 세상을 떠났다”며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죽음의 경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관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25전쟁 이후 우리는 대부분 ‘잘사는 것’을 고민해 왔다. 압축 성장을 거치며 한국인의 ‘헝그리 정신’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의학 발달로 평균 수명도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할 수 없는 게 ‘죽음’이다. 2012년 한 해 사망자는 26만7221명. 하루 평균 730명이 세상을 떠난다. 누구도 살아서는 경험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누구나 한 번은 그 영역에 들어서야 한다. 그때가 다가올 때 삶을 품위 있게 마무리하자는 웰다잉 개념은 어떻게 죽을 것인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모든 활동을 포괄한다.
죽음을 편안하게, 또 품위 있게 맞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서초구 사랑의 교회에서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와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공동 주최로 열리는 ‘세이레의 기적’ 세미나는 그 답을 모색해 보는 자리다.
웰다잉이 관심을 끄는 건 성공을 향해 질주하던 삶에 변화가 찾아왔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는 “삶의 질이 향상되고 성공 대신 성찰, 추월 대신 초월을 지향하게 되면서 좋은 죽음을 생각하는 이가 늘었다”며 “임종은 더 이상 기피하거나 두려워할 문제가 아니라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는 “길어진 수명이 양질의 삶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유예된 죽음이 말년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와중에 그 혹독한 죽음의 과정을 누구나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좋은 죽음의 조건’을 몇 가지 꼽았다. 송 대표는 “남아 있는 사람을 웃게 하는 게 좋은 죽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라틴어에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라는 명언이 있는데 이는 곧 오늘 죽는 사람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말”이라며 “조의금 일부를 어려운 이웃에게 내놓거나 생의 마지막 기부를 하고 떠나는 등 남은 자를 배려하는 죽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초조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 죽음이 좋은 죽음”이라며 “끊임없이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해 보고 긍정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죽음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비로소 우리는 삶을 성찰할 수 있게 된다”며 “따라서 죽음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삶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유언의 날’ 제정을 통한 생명운동 발기인 서약을 했다. 4월 1일을 유언의 날로 정하고 상속변호사를 찾아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내 생애 마지막 선행’으로 착한 장례 운동에 참여할 것을 서약하기도 했다. 비싼 수의 대신 평상복을 입고, 조화를 받는 대신 북한 여성들에게 생리대를 보내는 식의 착한 기부로 생의 마지막 선행을 베풀고 떠나겠다는 의미다. 또 조문객 수만큼, 고인의 나이만큼 조의금 일부를 기부하는 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11일에는 유가족의 정서 관리(김향숙 가정사역평생교육원장), 임종 준비를 위한 법률상식(정운섭 변호사), 행복콘서트(가수 방영섭), 세이레의 기적 해설(김종훈·송길원 목사) 등이 이어진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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