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정보유출, 내 잘못도 아닌데, 왜…” 실직 위기 카드상담사들의 눈물
지난 24일, 금요일 한 카드회사 여성 상담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름은 들었는데 까먹었습니다. 그냥 ‘김미영 팀장’이라고 할게요.
평소 같으면 ‘고객님, 카드삽니다’라는 말만 듣고 전화를 끊는데 이날은 전화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혹시 김 팀장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사과하고 대책을 안내해주지 않을까하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기대는 욕심이었습니다. 김 팀장은 “고객님께 두 가지를 안내해드리겠습니다”라며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걱정 하셨죠? 이번 사태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고 했습니다. 놀랐습니다. 오~. 그래도 고객 대응을 앞장 서 하는구나 싶었죠. 하지만 곧이어 김 팀장은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두 번째로 안내해드릴 말씀은, 이번에 새로운 상품이 있는데요. 고객님~.”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지난 월요일(20일)부터 카드 재발급 등을 받으려고 수십 차례 카드사에 전화했지만 통화가 안 됐거든요. ‘영혼 빼고 다 털린’ 상태였는데 당사자와 통화해 해결하지 못한 불안감과 불쾌감에 휩싸여 있었죠.
“이것 보세요. 내 정보 17개 항목이 새나갔어요. 며칠 째 통화도 안 되고. 근데 저한테 전화해서 뭐하는 겁니까. 피해자한테 전화해서 대출권유를 하다뇨, 이게 무슨 경웁니까!”
얼마나 부아가 치밀었는지 김 팀장을 마구 쏘아 붙였죠. 김 팀장이 쩔쩔 맸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업무 폭주로 고객센터가 제대로 응대하지 못하는 점 사과드립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김 팀장의 고충은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감정 노동자라고 하지만 ‘김 팀장=카드사’라고 여겼으니까요.
사실 수많은 김미영 팀장이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카드사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고충을 담은 사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출근하면 대기 고객이 200명을 넘습니다. 쏟아지는 욕설과 협박, 반말에 ‘네, 고객님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40분 가까이 폭언을 받아낸 뒤 다음 고객님께서 힘내라고 좋은 말을 해 주셨는데 저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쳤습니다. 통화 끝나자마자 엉엉 울었네요.”
수많은 사람들이 카드사와 금융당국에 분노하면서도 상담원들의 고충에 공감과 위로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26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떨어졌습니다. 금융사가 당분간 전화로 대출을 권유하거나 영업하는 행위를 못하게 됐답니다. 이를 어기면 영업정지나 경영진 문책까지 한다네요.
그러니 저랑 통화했다가 혼쭐이 났던 김 팀장 같은 카드모집인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NH농협카드 소속 카드모집인은 현재 7000여명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이자 가장입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22일 “어리석은 사람이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고 했다가 대중의 공분을 샀습니다. 카드사와 금융당국의 부실관리로 빚어진 유출 사태가 김 팀장 같은 감정노동자들에게 유탄으로 작용하는 건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리석은 사람일까요? 부디 모두 웃을 수 있는 진짜 현명한 대책을 기대합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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