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남을 위해… 세상이 안전하고 따뜻해졌다

촛불처럼 살아가는 시민영웅들

“그대들이 있어 올 한 해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하고 따뜻했습니다.”

지난 6월 1일 경기도 평택역에서 만취한 승객이 발을 헛디뎌 승강장 아래로 떨어졌다. 승객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상황에서 열차는 경적을 울리며 역 구내로 들어오고 있었다. 열차가 취객을 덮치려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대학생 정영운(24)씨는 주저 없이 선로로 뛰어들었고, 취객과 함께 선로 옆 안전통로로 몸을 숨겼다. 그들이 몸을 피한 지 3초 뒤에 열차가 진입해 멈췄다.

지난 5월 5일 새벽 인천시 부평구 한 유치원 앞길. 술에 취한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고 택시에서 내려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것을 발견한 피의자가 성폭행할 목적으로 그녀를 정차된 차량까지 끌고 가 감금하려 했다. 놀란 피해자가 “살려주세요”라고 비명을 지르며 반항했고, 이때 편의점 앞에서 야식을 먹던 회사원 김기성(29)씨 등 3명이 차량을 가로막고 차문을 닫지 못하게 한 뒤 범행을 제지했다. 피의자는 그대로 도망쳤고 피해자는 강력범죄로부터 극적으로 구조됐다.

지난 4월 23일 새벽, 제주시 탑동 인근 방파제에 앉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고모(43·여)씨가 중심을 잃고 바다로 떨어져 허우적거리자 주변 사람들이 “사람이 빠졌다”고 소리쳤다. 부근에서 농구를 하던 현준혁(20)씨 등 3명은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급히 상의를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 사망 직전에 있던 여자를 힘을 합쳐 구출했다.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에 뛰어든 청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위급한 상황에 처한 이웃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27일, 강도가 경기도 성남시 신흥동에 있는 한 금융기관에 침입, 근무하던 여직원을 흉기로 위협해 현금 1745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를 본 자영업자 김광석(63)씨는 칼을 들고 도주하는 강도를 50m가량 쫓아가 도주하지 못하도록 설득했고, 돈가방을 내려놓는 순간 달려들어 검거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30일 올해의 시민영웅들을 서울 삼청동 공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 총리는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따뜻해지고 있는 것은 여러분의 아름다운 희생과 남다른 용기 덕분”이라고 격려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에쓰오일은 헌신적이고 용감한 시민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통해 정의로운 가치가 존중되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해 ‘2013 올해의 시민영웅’ 22명을 선발, 지난달 14일 시상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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