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태양’ 희망 품고 달려라… 새해 첫날 동해안 해돋이 명소

계사년(癸巳年)이 저물고 갑오년(甲午年) ‘말의 해’가 온다. 들판을 내달리는 그 말의 기세로 태양이 수평선 아래서 힘찬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날마다 반복되는 해돋이지만 새해 첫 아침에 맞는 해맞이는 가슴 벅찬 희망이자 감동이다. 강원도 고성에서 울산까지 동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해돋이 명소로 여행을 떠나본다.

◇고성군=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은 곳곳이 해돋이 포인트이다. 금강산콘도에서 대진등대를 배경으로 솟는 태양은 한 폭의 그림이다.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로 새해 첫날 아침에 해맞이축제가 열리는 화진포는 호수와 바다에 뜨는 해가 장관이다. 옵바위에서 해돋이를 감상하는 관광객을 태양 속에 넣고 사진을 찍으려면 공현진해변을 찾아야 한다. 송강 정철과 우암 송시열 등이 극찬했던 청간정은 파도와 어우러지는 해돋이가 인상적이다.

◇속초시=설악산 자락에 위치한 속초는 장사항, 영금정 정자, 설악대교, 동명항, 속초해변, 화옹치항, 대포항, 설악해맞이공원 등이 해돋이 명소. 새해 첫날에는 속초해변에서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동명항 끝자락에 위치한 영금정은 파도가 칠 때 거문고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바위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때 골재를 채취하면서 폭파해 지금은 편편한 바위만 남아있고 그 위에 정자를 세워놓았다. 영금정 정자를 붉게 채색하는 해돋이가 그림 같다.

◇양양군=해오름의 고장 양양을 대표하는 해돋이 명소는 낙산해변으로 새해 첫날에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동해에서 해가 솟기 직전 낙산해변에서는 관광객에게 양초 6000여개를 나눠주고 행사가 끝나면 떡국도 제공한다. 양양 최고의 해돋이 명소로 꼽히는 하조대는 조선 개국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잠시 머물다 간 역사적 장소. 육각정에서 먼발치로 바라보는 200년생 소나무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태양은 동해안 최고 절경으로 꼽힌다.

◇강릉시=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른 정동진은 해변에 기차역이 위치해 연중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해맞이 명소. 정동진은 넓은 모래 해변과 소나무, 철길, 푸른 바다, 선박 모양의 구조물 등이 어우러진 곳으로 해가 뜰 때는 관광객들이 하늘로 띄워 보내는 풍등까지 더해져 해돋이가 더욱 볼 만하다. 강릉시내에 위치한 경포해변도 해돋이가 아름다운 곳으로 새해 첫날에는 경포해변과 정동진에서 해맞이축제가 진행된다.

◇동해시=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 화면으로 유명한 추암해변은 촛대바위를 비롯해 두꺼비바위, 거북바위, 코끼리바위, 부부바위 등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 추암해변은 송곳처럼 뾰족한 촛대바위에 해가 걸릴 때 가장 멋있다. 추암해변의 기암괴석은 능파대(凌波臺)라고도 불렸는데, 조선 세조 때 강원도 제찰사로 근무하던 한명회가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의 아름다움에 취해 ‘파도 위를 걷는다’는 뜻으로 미인의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상징하기도 하는 ‘능파’라는 이름을 붙였다. 동해시는 새해 첫날에 추암 해변과 오토캠핑장으로 유명한 망상해변에서 해맞이축제를 개최한다.

◇삼척시=해안선이 긴 삼척에는 새천년해안도로를 비롯해 삼척해변, 맹방해변, 용화해변, 덕산해변, 장호해변 등 해맞이 명소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다. 특히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새천년해안도로 바닷가에는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가 많아 해돋이 사진을 찍기에 좋다. 신남항, 갈남항, 임원항, 호산항 등 정겨운 항구마을과 남근 조각으로 유명한 해신당공원도 해맞이 포인트. 삼척해변과 임원항, 남애포항에서 새해 해맞이축제가 열린다.

◇울진군=울진은 7번국도와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진 한적한 해변과 항·포구에서 새해 해돋이의 벅찬 감동을 맛볼 수 있다. 드라마 ‘폭풍의 언덕’을 촬영한 죽변해변은 죽변등대와 어우러진 해돋이가 환상적인 숨은 명소. 관동팔경 중 하나인 망양정과 망양정해변에서는 새해 아침에 연날리기 등 다채로운 해돋이 행사가 곁들여진다. 7번국도에 위치한 망양휴게소와 후포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후포등대는 망망대해에서 떠오르는 해돋이를 감상하기에 좋다.

◇영덕군=이른 아침에 대게잡이 어선들이 갈매기와 함께 귀항하는 강구항의 해돋이가 한 편의 서정시라면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영덕풍력발전단지에서 맞는 해돋이는 한 편의 서사시이다. 산불로 버려진 땅에 야생화를 심고 대게 집게발 모양의 창포말등대를 세운 해맞이공원도 동해에서 불쑥 떠오르는 해를 보기에 좋다. 무게 29톤의 경북대종이 위치한 삼사해상공원은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으로 새해 해맞이축제가 열린다.

◇포항시=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장기곶(호미곶) 해돋이를 나날이 나라의 뜻을 새롭게 하는 해돋이라고 묘사했다. 호미곶(虎尾串)은 동해안 해안선이 남으로 내달리다 호랑이 꼬리처럼 툭 튀어나와 곶을 형성한 곳이다. 바다 가운데 세운 조각품 ‘상생의 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로 뜨는 해가 장관을 연출한다. 장기면 신창 1리의 바위섬은 동해안이 꼭꼭 숨겨놓은 해돋이 명소. 2014명이 참가하는 ‘대박 터뜨리기’ 등 한민족해맞이축전이 호미곶에서 개최된다.

◇경주시=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수한 신라 문무대왕의 수중릉(대왕암)이 위치한 봉길리 앞바다의 해돋이는 웅장하고 장엄하다. 햇살에 젖은 해무가 피어오르고 갈매기 떼가 날아오르면 대왕암의 해돋이는 더욱 신비롭다. 하얀 파도가 쓸려나갈 때마다 몽돌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선율은 세상 어떤 악기와 목소리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천상의 화음. 월성원자력발전소 남쪽의 양남면 읍천리 해안가의 부채꼴 주상절리에서 맞는 해돋이도 인상적이다.

◇울산시=‘간절욱조조반도(艮絶旭肇早半島)’라는 말이 있다. ‘울산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온다’는 뜻이다. 새해 해맞이축제가 열리는 간절곶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다. 새해 첫날 해돋이 시각은 오전 7시31분. 간절곶의 바닷가 언덕에는 간절곶 등대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우체통 등이 볼거리를 더한다. 간절곶 북쪽의 명선도도 해돋이 명소. 이밖에도 방어진 대왕암, 정자리 몽돌해변 해돋이가 볼 만하다.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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