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괴담(怪談)
올해를 특징짓는 여러 키워드 가운데 괴담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새해 벽두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대통령선거 개표부정 괴담이 난무하더니 연말에는 철도와 의료 ‘민영화’를 둘러싼 괴담들이 판을 치고 있다. KTX가 민영화되면 서울∼부산간 요금이 40만원대가 된다느니, 의료 민영화되면 맹장 수술하는 데 1000만원이 넘을 것이라는 식이다. 지난여름에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누출의 여파로 방사능 괴담이 맹위를 떨치면서 수산물 소비를 위축시켰다. ‘백화점에서 한꺼번에 100만원 이상 신용카드를 긁으면 세무조사 당한다’는 세무조사 괴담은 강남 부유층의 지갑을 닫게 만들었고, 5만원권 수요를 크게 늘렸다.
MB 정부에서도 괴담은 많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방침에 대한 광우병 괴담, 신종 인플루엔자A 창궐 당시 “신종플루 백신을 맞으면 죽는다”던 괴담,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괴담 등이 대표적이다. 더 멀리 군사독재 시절에는 유언비어가 사회문제였다.
괴담은 정책혼선과 불신을 먹고 산다. 유언비어의 양과 강도는 주제의 중요성에 정보·증거의 모호성을 곱한 것이라는 공식이 있다. 정보의 모호성은 유언비어가 겨냥하는 조직이나 집단의 신뢰도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2009년 신종플루 발생 때에는 정부가 국제기구의 권고기준만큼 백신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괴담이 양산됐다. 수산물 방사능 오염공포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른 인접 국가와 달리 수입제한 확대 등의 대응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과잉반응을 자초했다. 정부는 철도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과 그 방법에 대해 국민들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 정보의 모호성을 키웠다. 결과는 경쟁체제가 아닌 ‘민영화’를 전제로 한 괴담들이다.
이명박정부는 광우병 논란과 신종플루 확산기에 ‘괴담 근원지’를 뿌리 뽑겠다며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정홍원 총리는 악의적 방사능 괴담 유포행위를 추적·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런 대응은 역효과를 내기 일쑤다. 괴담이 생기는 진원지를 찾아 정확한 정보와 위해성 여부를 알려주는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소통에 무능한 정부가 괴담을 낳는다면, 지금 우리 사회의 불안과 고통이 괴담을 키운다. 괴담이나 소문의 내용을 직접 반박하는 것보다 새로운 사실을 적시해 그 허구성을 깨닫게 하거나, 괴담으로부터 누가 이득을 보는지를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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