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6000억 확보했다지만… 2014년 3분기 고비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는 현대그룹에 대해 금융 당국이 “당분간 유동성 문제는 없다”면서도 “내년에는 주채무계열 편입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해운업 불황의 장기화, 대북리스크 확대 등이 현대그룹 위기 원인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통한 자금흐름 안정화가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주채무계열 제도란 부채가 많은 기업집단을 주채권은행으로 하여금 통합·관리하게 하는 제도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17일 “현대그룹이 60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내년 2분기까지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강화된 금융 당국의 기업관리 방침에 따라 내년에는 주채무계열에 편입될 게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되는 데 따라 여신을 가장 많이 보유한 KDB산업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해운·선박·항공 업종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금융투자업계도 현대그룹에서 유상증자 등 지속적인 자금조달이 이뤄지는 만큼 단기적 유동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내년에는 유동성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험이 있다고 따진 금액이 현금성 자산의 5∼9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지배회사 격인 현대상선은 지난달 제출한 분기 검토 보고서에서 내년 9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금융부채 등 유동성 위험이 3조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해운산업의 침체 국면이 지속돼 단기적으로는 영업 현금흐름 개선으로 대규모 차입금을 상환하기 어렵다”며 지난 9월 회사채 차환 발행을 신청하기도 했다. 현대증권도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각종 금융부채가 3조5600억원을 넘고, 현대로지스틱스는 1100억원을 웃돈다.

현대상선이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아산은 최근 심각해진 대북 리스크가 큰 문제다. 현대아산은 지난달 투자설명서에서 “주요 사업인 금강산 관광사업, 개성공단 개발사업, 기타 남북경제 협력사업 부문은 남북관계가 사업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2008년 이후 남북관계가 호전되지 못하는데, 이로 인해 영업적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유의해 투자하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구조조정 성공이 선결 과제라는 냉정한 시선을 보낸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연구원은 “현대상선은 내년에 회사채 4200억원, 기업어음(CP) 4000억원, 이자비용 2600억원, 선박금융 3000억원 정도의 자금 유출이 예정돼 있다”며 “과감한 구조조정 시행과 자산매각 구체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2개월 전만 해도 주당 1만8000원이던 현대상선의 목표주가는 현재 1만2000원까지 하향된 상태다. 현대상선은 부산항만터미널 지분과 컨테이너, 선박 매각 등의 자구책을 제시했지만, 채권단은 추가적인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현대상선은 공식적으로 “현대증권의 매각을 검토한다”고 선언했다.

금융 당국이 “내년 주채무계열 포함 확실시”를 언급한 이유는 이러한 현대그룹의 제반 상황에 있다. 시장에서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금융 당국이 주채권은행을 통해 현대그룹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채무계열 관리 대상을 확대하는 등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