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논쟁 ‘핑퐁’… 복지부, TV토론 제안

지난 13일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 발표 이후 정부와 의료계·시민단체 사이에서 “의료민영화다” “아니다”를 둘러싼 설전이 핑퐁처럼 오가고 있다. 보건의료 정책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료민영화) 의도가 전혀 없다”며 억울해하는 반면 시민단체들은 “보건의료 분야를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산업으로 보려는 시도 자체가 의료민영화”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영찬 복지부 차관은 17일 예정에 없이 기자실을 방문해 “영리병원을 허용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의사소통이 너무 이뤄지지 않아 정식으로 TV토론을 해보자고 의료계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전날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에 이어 정부 쪽에서 나온 두 번째 해명이었다. 이 차관은 “기획재정부에서도 조만간 그런 입장을 얘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현재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의료법인의 자법인과 법인약국 설립을 허용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자법인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의원이 아니라 부대사업을 위한 별도의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자법인을 놓고 영리병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43개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급) 중 자법인 설립이 허용되는 건 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2곳뿐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재단법인, 삼성의료원은 사회복지법인으로 자법인 설립 대상에서 제외되고 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 등 29개 학교법인은 이미 자회사를 통한 수익활동이 허용돼 있다. 정부 정책은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병원을 겨냥한 대책이라는 뜻이다.

이에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의료민영화는 영리의료법인을 직접적으로 허용하는 것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며 “보건의료를 수익창출이 가능한 산업으로 바라보고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 자체가 의료 민영화이고 상업화”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격의료 역시 정보통신(IT)기기업체의 시장 확장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의료를 수익창출 구조로 보는 정부 시각이 드러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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