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 치유의 길] “분열과 갈등 치유하는 최적의 공동체는 교회”

신학자들이 말하는 한국교회의 소명

남북, 좌우, 지역, 빈부, 세대, 이해관계 간 갈등…. 한국사회는 수많은 갈등으로 대립하고 분열하며 고통 받고 있다. 상호 배타적 상황을 뜻하는 갈등은 의견 불일치와 달리 적대적 감정을 증폭시키고 공동체의 분열을 가져온다. 신학자들은 한국사회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교회가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세상의 화해를 위한 소명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나님-인간 관계 회복이 선행돼야=갈등을 해소하는 최고의 방법은 화해다. 화해는 관계성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데, 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관계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하나님과의 관계, 둘째는 자신과의 관계, 셋째는 타자와의 관계다. 이 중 타자와의 관계는 크고 작은 공동체까지 포함된다. 이런 관점에서 교회의 사명은 십자가 사건을 원동력으로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라”(렘 31:33)는 계약적 축복, 하나님과 인간의 화해를 선포하는 것이다. 하나님과의 화해는 이웃과의 화해를 가져오고, 이웃과의 화해는 섬김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경은 서울장신대 교수는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관계에서 회복이 필요한 존재”라면서 “화해를 위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통한 하나님의 화해사역을 선포하며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아가야 하는 소명을 부여받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교회의 소명과 임무는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과 인간의 화해를 선포하는 것이며, 하나님이 하신 일에 참여하도록 초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갈등을 잘 풀고 있나= 크리스천에게 부여된 화해의 사명은 성경에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서 났으며 그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으니.”(고후 5:17∼18)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사회에서 교회가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화해자 역할을 감당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그 이유는 화해자의 사명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유석성 서울신대 총장은 “한국교회는 성경이 화해자의 사명과 임무를 분명하게 말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목표는 이 땅의 물질, 명예, 권력에 있지 않고 하나님 나라의 사랑, 정의, 평화를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유 총장은 “본회퍼의 말대로 크리스천과 교회는 자신이 아닌 ‘타자를 위한 존재’”라면서 “십자가 아래 있는 교회가 고난과 희생, 사랑의 정신을 회복하고 피스메이커가 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할 때 성경이 말하는 화해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해의 영성으로 민족 섬겨야= 한국교회가 가족 구성원, 교회 내 세대, 지역과 교회, 교회와 교회, 남북 간, 인간과 자연생태계 간 화해의 영성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화해의 영성을 지닌 개인이 화해를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화해를 위한 최적의 공동체는 바로 교회다.

조성돈 실천신대 교수는 “한국교회는 영혼구원뿐만 아니라 분쟁과 갈등, 증오감, 무기력증으로 상처 입은 영혼과 육체를 치유하고 정신적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사회통합의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독일교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최적의 공동체는 교회”라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국제적·사회적 정세 속에서 한국교회는 성숙한 도덕적 구심체로서 거듭나 사회통합뿐만 아니라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을 주도할 책임까지 가지고 있다.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는 “교회도 하나의 시민사회이긴 하지만 시민도덕보다 높은 차원의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바탕으로 주님 나라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특수 시민사회”라면서 “따라서 교회는 일반 시민사회보다 더 민주적이어야 하고 더 진실해야 하며 민심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제 글로벌 교회로 도약한 한국교회는 보수와 진보의 경쟁, 대립구도 속에서 제3의 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민족과 사회를 향한 진정한 도덕적 구심체로서 교회의 일치를 추구하고 통일조국의 영성을 공고히 하는 사명을 충실히 감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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