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벗어나 ‘설국열차’ 타고 힐링하러 갑니다… 부산 동명대 ‘특별 전세열차’ 이색 실험

Է:2013-12-09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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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벗어나 ‘설국열차’ 타고 힐링하러 갑니다… 부산 동명대 ‘특별 전세열차’ 이색 실험

7일 오전 7시. 부산역 대합실엔 젊은 대학생 수백명이 뿜어내는 열기가 가득했다. 편안한 복장의 학생들은 마치 수학여행 떠나는 중학생처럼 들떠 있었다. ‘설국(薛國) 열차’라는 별칭이 붙은, 하동행 특별 전세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기다리는 부산 동명대 학생들이었다.

동명대 설동근 총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삼삼오오 모여 있던 학생들은 설 총장에게 다가와 “안녕하세요. 오늘 목도리 멋있어요”라며 인사했다. 다른 교수들도 학생들과 어울려 얘기꽃을 피웠다. 교수와 학생, 총장과 학생의 스스럼없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설 총장의 성인 ‘설(薛)’자를 영화 제목 ‘설국(雪國) 열차’에 빗댄 이 열차는 동명대와 경남 하동군 간의 산학협력을 위해 마련됐다. 교수와 교직원은 물론 재학생과 학부모, 동명대 가족회사 기업인 등 500여명이 함께 탄 기차는 마산역에서 잠시 멈춘 것 외엔 쉬지 않고 하동역까지 내달렸다.

“오늘은 공부 부담을 떨치고 힐링 시간을 가지면서 사회에 나가 어떤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설 총장의 열차 내 특강은 ‘뭔가를 배우고 깨우치라’는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를 비우고 돌아보라’는 메시지였다. 단과대나 비슷한 전공의 학생들끼리 배치된 객차 안에서 학생들은 제각각 교수 및 외부 기업인들과 어울려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나눴다.

객차 안에서 만난 이기열(27)씨는 정보통신(IT) 창업 동아리 ‘스마트텍’ 회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직장(주성엔지니어링)을 다니다 뒤늦게 대학에 온 이씨는 “고등학생처럼 학교와 집, 학원을 쳇바퀴처럼 도는 게 대부분 대학생들의 일과인데 동명대는 다르다”고 말했다. 동명대는 학생들이 사회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해 준다고 했다.

이씨는 “직장생활도 했지만 이 학교 와서 확실하게 배운 게 하나 있다”며 “리더가 솔선수범하면 전체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설 총장이 부임 이후 매일 아침 8시만 되면 학교를 돌아다니며 담배꽁초를 줍고, 총장을 보고도 데면데면한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모습을 봤을 때 처음엔 가식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지니까 결국 학교가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이씨는 “담배꽁초 줍고 먼저 인사하는 것은 퍽 사소한 일이지만 그게 큰 변화의 시초가 되더라”며 “내가 나이 들고 경험을 쌓으면 큰 회사든 아니면 일개 부서든 한 조직의 리더가 되는 날이 올 텐데 여기서 보고 배운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공학과 2학년 이광용(23)씨는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주는 곳”이라고 동명대를 정의했다. 이씨는 “정보통신(IT) 분야 특성상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서울에서 강의가 열리는데 신기술을 배우겠다는 학생에게는 학교에서 교통비 숙식비를 지원해준다”고 부연했다. 이씨는 “대학 진학을 고민할 때 이름만 보고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수험생들에게 당부한 뒤 “동명대는 학생이 하겠다는 열정과 계획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지원해주는 학교”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객차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부산로봇산업협회 강삼태 회장은 “동명대 학생들이 기업 체험을 하고 싶을 땐 언제든 우리 회사에서 체험할 수 있다”며 “우리 같은 가족기업이 1300여개나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부산 해양대에서 교수로 일하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결국 한 분야에서 성공하는 이들을 보면 전공이나 학교보다는 관심 분야에 대한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명대 외 다른 대학과도 협력하고 있는데 동명대 교수님들의 열정이 좀 남다른 것 같다”며 “아무래도 열정 있는 교수님들께 배우는 학생들이 좋은 영향을 받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객차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 설 총장은 “사실 우리 학생들이 입학 당시 성적이 상위권은 아니지만 나는 이 친구들이 그동안 자신의 능력을 펼칠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 총장은 “학교나 가정 모두 상위권 학생들 중심으로 돌아가니까 중위권 학생들은 위축되는 부분이 있다”며 “동명대를 통해 이런 학생들이 스스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시각디자인과 대학원생 이다빈(26)씨는 “07학번인데 입학 당시에는 구조조정 등으로 학교가 퍽 어지러웠다”며 “군대를 다녀오니 대외 인식이나 학교 시스템이 많이 변화하고 발전했다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디자인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공모전 등을 통해 만난 다른 대학 학생들이 우리 학교의 지원을 부러워할 때가 많다”며 “그럴 때면 뿌듯하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창업동아리 지원을 맡고 있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단은 동아리 학생들이 공모전이나 중요한 외부 강의 등에 참여할 경우엔 일체의 교통비 숙박비는 물론 일비까지 지급하고, 늦게까지 남아 창업 아이디어를 고민할 땐 저녁식사비도 지원한다. 학생들은 “학교가 아니라 직장에 다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신동석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단장은 “비용 부담 때문에 하겠다는 열정이 있는 학생들의 의지가 꺾이게 해선 안 된다는 취지”라며 “단 공짜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저녁식사비로 500원을 받아 적립하고 수강료 등의 20∼30%는 자비로 부담하게 한다”고 말했다.

2시간여를 달린 끝에 오전 10시쯤 하동역에 도착하자 학생들은 전세버스로 옮겨 타고 하동 송림(松林)으로 향했다. 송림과 재첩특화마을, 섬진강변을 걸으며 ‘힐링 트레킹’의 시간을 가졌다. 섬진강 자연 정화 활동도 벌였다. 이날 하루 하동 곳곳은 수려한 풍광과 풋풋한 대학생들이 어우러졌다. 재첩특화마을은 수백 명 단체 손님들로 북적였다.

같은 시각 설 총장과 주요 보직교수들은 하동군청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하동군·동명대 간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동군의 녹차연구소와 동명대 LINC 사업단의 연구·개발 협력 강화 및 하동녹차산업 글로벌 브랜드화 협력을 위한 것이었다. 설 총장은 이와 별도로 조유행 하동군수에게 “하동 갈사만 해양플랜트 산업단지 조성 사업도 동명대 항만로지스틱스학부 및 공과대학과 협력하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을 바라보다 문득 한 보직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대학이 연구하는 곳이냐, 취업하는 곳이냐 말들이 많지만 비싼 등록금 내는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자녀를 대학에 보낸 부모들은 좋은 직장 가지라고 대학을 보내는 거 아니겠나.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고. 그러면 대학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학령인구 감소와 구조조정 압박 등 주변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많은 대학이 변신을 꿈꾸지만 제대로 움직이는 곳은 많지 않다. 이런 현실 속에서 변신을 위해 새로운 몸짓을 시도하고 있는 한 지방 사립대의 모습엔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부산·하동=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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