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노숙인에 세례 베푸는 청주 선한목자교회

춥고 외로운 ‘나홀로 인생’ 16년째 영혼 구원

한 달 뒤면 미수(米壽·88세)를 맞이하는 정대순 할머니가 성도들의 부축을 받아 가까스로 강단 앞에 섰다. 이상용(59·청주 선한목자교회) 목사는 흰 장갑을 낀 오른손을 정 할머니의 머리 위에 살짝 올리고서 공포했다.

“하나님을 공경하는 신실한 자매 정대순에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노라.” “아멘.”

1일 오전 11시 충북 청주시 봉명동 새로나공원 맞은편 선한목자교회 주일예배에서 진행된 세례식은 정 할머니에게 특별한 순간이었다. 아프지도 않고, 외로움도 없는 천국의 인명부에 ‘정대순’ 이름이 새겨진다는 것이 맘에 꼭 들었다. 그는 십년 넘게 홀로 살고 있다. 또 다른 독거노인 김순옥(78) 할머니도, “평생 나 혼자 살고 있다”는 최영호(53)씨 등도 이날 정 할머니와 함께 ‘천국 인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 목사는 아내인 김정애(59) 사모와 함께 독거노인과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전도하며 세례 베풀기를 16년째 이어오고 있다. 1년에 2∼3차례씩 지금까지 세례를 베푼 이들만 수백 명선. 선한목자교회는 경기도 평택 역전을 시작으로 충북 제천 역전을 거쳐 2010년부터는 청주의 한 주택가에 둥지를 틀었다.

평일에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도시락과 밑반찬을 만들어 독거노인, 쪽방촌 거주자, 노숙자들을 심방하면서 배달한다. 매주 목요일 이발 봉사와 주일에는 교회건물 1층 식당에서 무료 급식도 이어오고 있다. 교회로부터 도움을 받는 이들 중에는 이 목사 부부가 고맙고, 때로는 미안해서 교회를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목사 부부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난감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 “해가 갈수록 도와야 할 분들은 많아지고, 교회를 찾는 이들도 많아져요. 그런데 돕는 손길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이 목사는 매월 65만원 정도 되는 교회와 사택 임대료를 넉 달째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어렵게 꺼냈다.

성도 20여명 가운데 독거노인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교회 공동체는 ‘종합병동’이나 다름없었다. 16.5㎡(5평) 남짓한 예배당을 찾은 고령의 성도들은 저마다 목발을 짚거나 전동 휠체어를 의지하는 이들이었다. 이들을 돌보는 이 목사는 고혈압에 당뇨병을 앓고 있고, 김 사모는 우울증 치료를 받는 중이다. 이 목사의 둘째 딸은 병원에서 장기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4년 전쯤 사역지인 제천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 목사 가정이 사역지를 이 곳으로 옮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세례를 받은 최씨는 하루 전 교회 건물 앞에 중고 전기난로를 한 대 놔두고 갔다. 일종의 헌물인 셈이었다. “고물을 줍다가 발견한 건데, 상태가 괜찮은 것”이라며 멋쩍어 했다. 그는 현재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이 목사는 “이들을 볼 때마다 이 사역이 제게 맡겨진 사명임을 확신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070-8107-8001).

청주=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