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인계철선의 귀환
인계철선(引繼鐵線·trip wire)은 여러 가지 뜻을 갖고 있다. 침입하는 적이 건드리면 폭발물이 터지게 하는 철선을 말한다. 조명탄이나 신호탄을 터뜨려 적의 침입을 알게 하는 철선이란 뜻도 있다.
6·25전쟁 이전에 남북을 갈랐던 38선을 세계적인 인계철선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냉전시대의 동서 양 진영이 격돌한 6·25전쟁을 인계철선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학자의 주장대로 하면 휴전선도 일종의 인계철선인 셈이다.
1953년 휴전 이래 인계철선은 주한미군 2사단을 지칭하는 군사용어였다. 북한군의 남침로인 한강 이북 중서부 전선에 배치된 미 2사단이 공격을 받으면 미군의 자동적인 개입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인계철선은 50년간 한·미동맹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계철선이 양국 사이에 미묘한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2003년이었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가 “인계철선은 불공정한 말이니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당시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이 “주한미군을 인계철선으로 보는 것은 미 2사단 장병들에게는 모욕”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주한미군이 한국 안보의 볼모가 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나라 정상 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계철선을 자주 언급했다. 그는 2006년 9월 워싱턴에서 미 의회 지도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우방의 군대를 인계철선으로 하자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인계철선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왜 미국 군대가 거기 가 있냐. 인계철선 얘기하는데 미국이 인계철선이 되면 우린 자주권을 가질 수가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기능을 비판한 것이다.
이처럼 인계철선은 역사적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런 와중에 커티스 스카파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의 최근 발언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한강 이북에 작전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미군이) 잔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 2사단의 일부가 인계철선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미군이 한강 이북에 잔류하면 북한 도발을 억제하고 격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한국군 독자적으로 북한군을 제압할 수 없다는 뜻으로도 읽혀 씁쓸한 측면도 있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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