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만날 사람] 사막 탐험가 남영호 대장 “개척의 길… 혹독하지만 멈출 수 없죠”
“사막 깊숙한 곳으로 발을 내딛으며 느꼈어요. 내가 막연히 그리던 사막은 사막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매번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지만 결국 거스를 수 없는 자연 앞에 홀로 선 인간일 뿐이었습니다.”
사막이라고 하면 모래언덕과 오아시스를 떠올렸다. 물론 틀리지 않다. 하지만 황량한 들판과 돌무더기 산, 더불어 사람을 품고 있는 몽골의 고비사막을 걷고 또 걸으며 깨달았다. 사막은 저마다 나름의 세상을 가졌고 그 색깔은 분명했다. 이는 걷잡을 수 없는 위험이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그렇게 사막이라는 존재 안에 본격적으로 내 그림자를 새긴 지 다섯 해가 지났다. 2009년 중국 타클라마칸을 시작으로 2011년엔 몽골의 고비사막을 횡단했다. 이후 2012년 호주 그레이트빅토리아, 2013년 아라비안 엠티쿼터에서 깃발을 펼쳤다.
“시작의 의미를 갖고 있는 타클라마칸이 가장 기억에 남죠. 솔직히 압도당했습니다. 감당할 수 있을지 수없이 되뇌었어요. 광활함 속에서 느껴지는 ‘폐쇄 공포’라고 할까요. 사방이 트여 있지만 그 안에 덩그러니 갇힌 듯한 느낌을 이겨내기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클라마칸의 잔상이 사막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가을, 원정대는 북미 최대 사막인 그레이트베이슨을 횡단했다. 700㎞ 거리를 25일 동안 걸으며 또 한 번의 계획을 기록으로 남겼다. 산악지형과 황무지, 습지, 초지 등이 뒤섞인 그레이트베이슨에서 원정대는 변화무쌍한 기후 변화에 온 몸을 던져야 했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10여개의 산맥을 밤새 넘어야 했다.
“원정을 시작하자마자 비가 억수 같이 퍼부었어요. 출발점인 그레이트 솔트레이크 사막 일대는 진흙뻘이 돼버렸죠. 5㎞ 전진하는 데 8시간이 걸릴 정도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칫 몸이 빨려 들어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방향을 다시 잡았어요.”
인류 최초 세계 10대 사막 무동력 횡단, 그 반절의 여정은 세상과 세상을 잇는 길을 찾고 만들어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몽골의 고비를 제외하면 사막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엠티쿼터의 경우 무려 40년 전의 자료가 전부였다.
“사구의 높이, 너비를 따져보고 사구 사이의 골을 따라 최대한 직진성을 갖도록 길을 만듭니다. 원정 떠나기 전에 이 작업을 먼저 하는데 최소 2달 이상 걸려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 가보면 준비했던 것과 다른 경우가 허다하죠. 위성으로는 보이지 않던 장애물들을 피해 돌아가느라 하루에 60㎞ 이상 걸었던 적도 있어요.”
탐험 중엔 혹독한 환경 외에도 감당해야 할 대상이 또 있다. 바로 사람이다. 2010년 갠지스강 종주에 나섰을 때 총을 든 괴한의 습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적이 있다. 타클라마칸에서는 공안에 의해 기약 없이 갇혀 있기도 했다. 의외의 변수들 속에서 수면장애가 올 만큼 절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 도전이다. 그리고 도전은 계속된다. 호주의 그레이트샌디, 남미 파타고니아, 중미 치와와, 아프리카 칼라하리 그리고 사하라, 중동의 시리아까지 발길을 이어갈 것이다. 10대 사막횡단 계획엔 포함돼 있지 않지만 궁극적으론 남극과 북극 탐험도 마음에 두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려고 해요. 가령 파타고니아는 사막이긴 하지만 빙하와 높은 산들도 있거든요. 등반을 통해 최고봉에 올라 패러글라이딩으로 하강한 후 급류 카야킹을 하고 마운틴바이크나 도보로 종단할 생각입니다. 불확실한 것에 대한 도전이죠. 제가 갖고 있는 건 그 도전을 위한 의지입니다.”
글=김성일, 사진=박효상 쿠키뉴스 기자 ivemic@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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