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산 억새 “우리도 ‘관상’ 출연했소”… 영화촬영·레포츠 무대 거듭나는 양평

추석 극장가를 달군 영화 ‘관상’에서 조선 최고 기생 연홍(김혜수 분)이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을 찾아 가던 억새길은 어디일까? 집을 떠나는 아들 진형(이종석 분)을 향해 내경이 이별의 손을 흔들던 슬픔의 억새밭은 어느 곳에 있을까? 관객들은 연홍이 걷던 억새길 옆에 바다가 살짝 보여 제주도로 추측하지만 그곳은 경기도 양평의 유명산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고장의 주산인 유명산(862m)이 영화 촬영지와 익스트림(극한)레포츠의 요람으로 거듭나고 있다. 동쪽으로 용문산(1157m)과 이웃한 유명산의 본래 이름은 마유산. 동국여지승람은 조선시대에 정상에서 말을 길러 마유산(馬游山)으로 불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의 이름은 1973년에 모 산악회가 국토종주를 하던 중 여성 산악회원의 이름을 따서 유명산으로 부르는 바람에 고착됐다고 한다.

5㎞ 길이의 유명계곡을 거느린 유명산은 산줄기가 사방으로 이어져 등산로가 다양하다. ‘관상’ 촬영지를 감상하고 사륜오토바이(ATV)나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려면 옥천면 설매재자연휴양림을 지나 용문산과 유명산 사이에 위치한 배너미고개에서 차단기가 설치된 비포장 임도(林道)를 걸어야 한다. 임도를 비롯한 주변 땅이 사유지라 산행은 가능하지만 패러글라이딩 차량을 제외하고는 자동차의 통행을 막고 있다.

배너미고개에서 유명산 정상 아래에 위치한 대부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까지는 약 3㎞로 숲길을 벗어나면 사방이 확 트이면서 드문드문 억새밭이 나타난다. 영화 ‘관상’에서 내경이 살던 오두막 세트장은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 유명산 7부 능선에 위치하지만 임도에서는 보이지 않아 지나치기 십상이다.

‘관상’ 세트장은 본래 허름한 오두막 두 채였지만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를 촬영하면서 옹기가마가 추가로 설치됐다. 세트장 옆에는 드라마 ‘구암 허준’을 촬영하기 위해 만든 허준의 스승 가묘도 보인다.

세트장에서 다시 임도로 내려와 대부산 능선을 벗어나면 조선시대에 말을 키웠던 드넓은 억새밭이 펼쳐진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옆에는 소나무 네댓 그루가 고고한 자세로 남한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를 촬영했던 곳으로 본래 소나무 10여 그루가 자라고 있었으나 몇 해 전 태풍에 대여섯 그루는 뿌리가 뽑혀 고사했다.

유명산 정상과 300m 정도 떨어진 활공장은 용문산, 대부산, 소구니산, 중미산을 비롯해 양평 시가지와 남한강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곳. 초보자는 숙련된 교관과 함께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한 마리 새가 되어 유명산 일대를 날아다니다 한화리조트양평 인근에 사뿐히 착륙한다.

레포츠의 요람으로 부상한 한화리조트양평은 최근 ‘무비 글램핑 빌리지’를 선보였다. 무비 글램핑 빌리지는 야외에서 캠핑을 즐기면서 최신 영화도 보는 새로운 개념의 글램핑을 선사한다. 글램핑은 화려함을 뜻하는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

4∼5인용 텐트와 대형 캐노피, 램프와 테이블, 화로 등으로 구성된 무비 글램핑 빌리지의 백미는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삼겹살을 비롯해 오리고기, 수제소시지 등을 숯불에 구워 먹는 바비큐 파티. 텐트에는 초겨울에도 글램핑을 즐길 수 있도록 바닥에 따뜻한 열선이 설치되어 있다.

무비 글램핑 빌리지는 투숙객을 대상으로 내달 30일까지 선보인다. 글램핑과 바비큐를 함께 즐기는 ‘바비큐 패키지’는 일∼목요일 기준 2인 6만원, 4인 10만원, 6인 16만5000원. 영화도 볼 수 있는 주말(금∼토요일)에는 2인 9만원, 4인 13만원, 6인 19만5000원(031-772-3811).

한화리조트양평은 사륜오토바이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리는 ATV 코스도 운영하고 있다. 요금은 15분에 1만원. 짚트랙 등 50여개의 장애물로 이루어진 챌린지코스는 4시간 5만원, 8시간 8만원으로 15명 이상 단체만 이용할 수 있다(031-773-3811). 유명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즐기는 체험비행은 모두 4개 코스로 11만원부터(031-775-2681).

양평=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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