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광형] 무늬만 요란한 문화융성위

키워드는 거창했다. ‘인문정신 가치정립’ ‘전통문화 생활화’ ‘생활 속 문화 확산’ ‘지역문화 자생력 강화’ ‘예술진흥 선순환 생태계 형성’ ‘문화와 IT기술의 융합’ ‘한류 등 문화가치 확산’ ‘아리랑의 국민통합 구심점화’. 지난 25일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가 발표한 8대 정책과제의 제목이다.

김동호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8대 정책과제를 보고한 후 문화체육관광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가졌다. 그는 “지난 7월 위원회 출범 이후 지역 문화현장을 순회하고 수차례 토론회를 여는 등 다양한 여론을 수렴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문화융성’이라는 구호 아래 3개월간 구상한 정책 치고는 실효성이 부족한 내용이 많았다. 중등 교과과정에 음악·미술 외에 무용·연극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보자. 일선 학교에서 음악·미술 수업도 실종된 마당에 무용·연극까지 넣는다는 것은 교육현장을 잘 모르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해 고궁·박물관·미술관을 무료 관람케 한다는 것도 이미 시행 중인 국공립 박물관·미술관의 상설 전시 무료입장을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 국공립 전시장의 공짜 티켓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게 ‘문화융성’이냐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다.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아리랑을 국민통합의 구심점으로 삼기 위해 ‘아리랑의 날’을 신설하는 것도 새롭지 않다. 지난해 12월 아리랑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후 정부가 적극 추진해 왔던 것이다. 그동안 줄곧 거론된 뻔한 사안을 재포장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인문학 대중화를 위해 ‘인문정신문화진흥법’을 제정하고, 지역문화 자생력 강화를 위해 ‘문화여가사’ 자격증을 도입하는 방안 등은 예산 확보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 그러나 각 부처의 기존 예산으로 당장 내년부터 실행에 옮길 계획이라고 한다. 여느 위원회처럼 ‘뻥튀기’ 발표에 이어 성과에만 급급해하는 게 아닐까.

이광형 문화생활부 선임기자 gh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