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서완석] 한국 프로야구의 빛과 그림자

LG가 두산을 꺾고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짓던 지난 5일 잠실구장. 2002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게 된 LG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나 한 것처럼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오롯이 LG에서만 뛴 탓에 그동안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던 박용택은 가장 먼저 울음을 터뜨리며 북받쳐 오르는 서러움을 달랬다.

극성스럽기로 말하자면 어느 구단 못지않은 LG팬들도 오랫동안 관중석을 지키며 선수들과 함께 울었다. 매년 이맘때 프로야구 4개팀이 펼치는 포스트시즌이 8일부터 어김없이 팬들을 찾아왔다.

1982년 출범해 이제 서른 줄에 접어든 프로야구는 명실상부 가장 인기있는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최근 들어 여성 관중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남성 위주의 관람스포츠에 새로운 변화를 주도했다.

게다가 류현진 추신수 이대호 등이 해외에서 보내오는 승전보는 야구에 대한 관심도를 한껏 높이고 있다. 늘씬한 치어리더가 이끄는 한국 야구장의 열띤 응원문화는 이제 본고장 미국의 그것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명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뜨거운 관중들의 열기에 비해 한국야구의 이면은 그리 밝은 편이 못된다. 특히 시설과 선수수급면에서는 여전히 어두운 그늘이 존재한다. 자주 지적되는 얘기지만 야구장 인프라는 한마디로 부끄러운 지경이다.

부끄러운 야구장 인프라

3만명 정도 수용 규모의 현대식 야구장은 잠실, 사직, 문학경기장뿐이다. 프로야구 최초로 정규리그 3연패를 이룬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은 1만명을 조금 넘긴 관중석 규모에 시설은 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우승을 많이 맛본 광주와 대구시는 뒤늦게 야구장 신축계획을 발표했지만 월드컵을 치르면서 갖춰진 축구 인프라에 비하면 아직도 멀었다.

시설은 언젠가는 확충될 것이지만 선수수급 문제는 어찌할 것인가. 선수공급의 젖줄인 고교야구팀은 30년째 50여개로 요지부동이다. 그동안 증가한 국민소득이 몇 배이며, 스포츠에 대한 국민의식 또한 크게 변화했을 터이지만 신기할 정도로 고교 야구팀 수는 늘지 않고 있다.

가난하면 선수가 못되는 사회

고교야구팀 수가 제자리걸음을 한 데는 학교 스포츠의 아픈 현주소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대다수 야구팀은 학교 예산이 아닌 학부모의 주머니에서 나온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꼭 같다. 초등학생부터 감독, 코치 월급과 팀 운영비 등 제반 경비를 선수 부모들이 부담하는 구조가 쭉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야구에 소질은 있지만 가난해서는 야구에 입문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 같은 아픈 현실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야구에 국한된 예를 들었지만 다른 인기 구기종목의 경우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때문에 학교 운동팀에 대한 당국의 예산 확충이 절실하다. 아니 체육시간을 노는 시간으로 바라보는 당국자의 시각부터 바뀌어야 하고 중·고교 체육시간을 늘려 프로그램을 다양화해야 한다.

또 전문선수도 양성하되 거기에 일반학생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운동장에서 뛰어놀 줄 모르는 청소년만 양성해서는 국가미래는 없다. 이 정부가 부르짖는 창조경제를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올해도 가을야구는 하겠지만 우수 선수들이 계속 프로야구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막히면 프로야구의 미래도 없다. 소질은 있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운동선수조차 될 수 없는 사회라면 뭔가 문제가 있다.

서완석 체육부 국장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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