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 두번 울리는 ‘선택진료비’
간이식수술 후 40일간 모 병원에 입원했던 독성간질환 환자 A씨는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을 제외한 진료비 3303만3806원을 지불했다. 이 중 2497만7050원이 비급여 진료비였고, 비급여 진료비의 35.4%인 884만4294원이 선택진료비였다. 최근 자궁내막암 수술을 받고 12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 B씨는 환자부담 진료비 352만7378원을 냈다. 이 중 비급여진료비는 263만7452원이었고, 비급여 진료비의 51.9% 정도인 136만8286원을 선택진료비로 지출했다.
박근혜 정부가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4대 중증질환 환자 의료비 100% 국가 부담’ 약속이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암과 심장질환, 백혈병 등 중증질환 환자들의 선택진료비 부담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선 간질환 환자 A씨는 박근혜 정부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4월 출범시킨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하 기획단)’ 논의에서 제시된 사례이다. 하지만 B씨처럼 4대 중증질환에 해당되는 환자들의 비급여, 특히 선택진료비 부담은 여전히 크다.
◇선택진료비 왜 문제인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중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역시 선택진료비이다. 선택진료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5년차 이상 조교수나 10년차 이상 전문의 등 특정 의사를 선택해 진료를 받고, 보험수가 이외 진료비의 20∼100%에 해당하는 추가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의사선택권을 보장해 양질의 의료를 제공한다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최근에는 선택진료비에 대한 환자 부담이 크게 늘고 있고, 대형병원들의 수익보전용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연합)가 지난 5월 4대 중증질환 환자와 보호자 6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구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응답자의 99%가 선택진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연합 측은 “암과 희귀난치성질환 등 중증환자들은 질병 특성상 선택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데도 고액의 비급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저소득층 의료급여 환자조차도 선택진료비는 비급여로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증질환 부담 줄이는 해법은= 환자연합은 지난 2월 ‘선택진료 아웃(out)운동’을 시작하며 선택진료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환자연합도 무조건적인 폐지가 아니라 환자의 알권리와 의사선택권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과 현재 수준의 선택진료비 총액을 의료계에 보전해주는 대신 합리적인 배분방식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부도 선택진료,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제도개선을 포함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국민행복의료기획단 출범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국민행복의료기획단에서 집중 논의되고 있는 실태조사와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까지 9차례 회의를 진행한 기획단은 실태조사를 중심으로 세부 대안을 제시하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 소비자, 병원계의 입장이 모아지기보다 각각 위원별로 입장이 달라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회의에 참석한 병원 관계자들의 경우 제도개선에 따른 의료기관 손실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선택진료는 폐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논의가 진행될수록 폐지 후 대안 마련이 어려워 축소유지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축소유지의 가장 큰 틀은 항목을 축소하는 것인데, 검사료와 영상진단 등을 축소하고 주진료에만 선택진료를 붙이는 방향도 논의 중이다. 이외에 의사비율을 축소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획단 내에서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선택진료 폐지·축소 논의는 질환을 구분 없이 진행되고 있고, 급여화 역시 논의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선택진료는 우수한 진료서비스에 대한 보상 차원인데 저수가 보존으로 변질되는 등 원래 취지와 달라지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진의 인센티브로 쓰거나 병원 통합운영비로 사용하고 있지만 제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해 연말에는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역시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원 마련이다. 정부도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를 위해 누적적립금 활용과 보험 재정의 효율적 관리로 재원을 조달할 예정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선택진료비 부담으로 좌절감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이 후퇴하지 않고, 정부가 3대 비급여 해결로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송병기·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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