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구대서 보복 칼부림한 조폭 조사는커녕 덮고 풀어준 경찰

경찰 지구대 안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지만 현장에 있던 경찰이 범인을 조사 없이 풀어주고 흉기까지 없앴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4일 오전 2시쯤 서울 성북구의 한 지구대 안에서 L씨(39)가 흉기를 휘둘러 J씨(38)의 얼굴과 손목 등 세 곳을 찔렀다. 상처는 뼈가 보일 정도로 깊었다. 칼부림은 J씨에게 귀를 물어뜯긴 데 대한 앙갚음이었다. J씨는 그 한 시간쯤 전 L씨와 함께 택시를 타고 가다 언쟁을 벌인 끝에 L씨의 오른쪽 귀를 물어뜯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런데 병원으로 갔던 L씨가 화를 참지 못하고 흉기를 구해 지구대로 찾아가서는 조사받기 위해 대기 중이던 J씨에게 보복행위를 했다. L씨는 폭력조직 ‘만식이파’의 조직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지구대 안에는 순찰팀장인 K씨(60)를 비롯해 경찰관 3명이 근무 중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L씨를 체포하거나 입건하지 않고 그대로 귀가시켰다고 한다. 이후 L씨를 다시 불러 조사하지도 않았다. 특히 K씨는 범행 도구로 쓰인 흉기도 폐기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권순범)는 22일 귀를 물어뜯은 J씨를 상해죄로, 흉기를 휘두른 L씨를 폭력행위처벌법상 집단·흉기상해로, 사건을 덮은 K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부하 경찰관 2명은 기소유예됐다. K씨는 앞서 현행범으로 잡았던 J씨에 대해 현행범 체포 보고서를 작성하지 말고 임의동행 보고서를 대신 올리도록 지시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도 있다. 심야에 지구대 내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이 ‘없던 일’로 된 것이다.

검찰은 K씨가 L씨를 아무 조치 없이 풀어준 배경에 유착관계가 있는지 조사했지만 뚜렷한 혐의는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건 발생 4개월 뒤 정년퇴임했다.

K씨는 “친구 사이인데다 서로 문제삼지 않겠다고 해서 치료부터 받으라고 이들을 병원에 보냈던 것”이라며 “흉기는 아침에 교대할 때 후임자에게 넘겼지 폐기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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