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남호철] 한강의 ‘오리알’에서 ‘황금알’로
“표류하는 세빛둥둥섬, 시민 공간 되도록 정상화 위한 지혜로운 해법 찾아야”
서울 반포대교 남단 한강 위에 3개의 현대식 건물이 섬처럼 떠 있다. 빛의 삼원색인 빨강·파랑·초록의 ‘세빛’과 수상에 띄워졌다는 의미의 ‘둥둥’을 결합해 이름으로 지은 세빛둥둥섬이다. 면적은 1만㎡에 달한다. 2009년 3월 착공한 뒤 2년6개월 만에 완공했지만 개장을 못 하고 있다. 2011년 5월 일부 공간이 문을 열면서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임대계약을 맺은 업체가 보증금을 내지 못하는 바람에 텅 빈 채 흉물로 방치돼 있어 겉모습과 달리 흉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세빛둥둥섬이 처음 출범할 때는 지금 모습과는 다른 화려한 청사진을 담고 있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팜 아일랜드(Palm Island)를 벤치마킹해 ‘플로팅 아일랜드(Floating Island)’로 만들어 어린이용 놀이시설, 상업시설 등을 갖춘 문화레저 복합공간으로 만들고 예술 및 공연, 전시 등의 문화를 중심으로 레저·축제·생활체육 등 다양한 기능을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었다. 시민들에게 수변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잠수교·반포분수 등과 어우러진 문화·관광의 거점을 만들려는 노력도 곁들여지면서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관광 명소로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사업이 순탄하지 않았다. 2008년 6월 사업 계약이 체결된 이래 수년째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공섬을 표방했지만 찾는 이는 고사하고 운영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2011년과 그 이듬해 40만명 정도가 다녀간 게 전부였다.
2011년 10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더욱 틀어졌다. 전시용 토목공사란 비판과 함께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더구나 서울시 특별감사 결과 문제점으로 드러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절차상 문제, 불공정 계약 등이 드러나고 중요 재산을 취득하거나 매각할 때 시의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로 부각됐다.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총 투자비를 당초 662억원에서 1390억원으로 2배나 올려줬고, 무상 사용기간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한 것도 지적됐다. 독소조항인 서울시의 해지(解止) 지급금이 1061억원으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사업자가 하천 준설비를 10배나 부풀리고, 주차장 수익 49억원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것도 적발됐다.
그렇다고 무작정 방치해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빛둥둥섬을 정상화시키려는 움직임이 꿈틀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장에 문제가 됐던,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도교 설치가 두 달 전 완료됐고 서울시와 시행사인 ㈜플로섬이 기존 입장에서 한 발씩 양보하며 오랜 방치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첨예한 갈등 요소였던 임대기간과 기부채납 등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며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무상 임대기간을 시가 주장한 안에 따라 20년으로 단축하는 대신 10년 유상 임대기간을 두기로 하고, 플로섬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선(先) 기부채납이 아닌 후(後) 기부채납으로 하는 것이 큰 줄기다.
그러나 협상은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진행 중인 데다 운영 업체도 찾지 못하고 있어 언제 정상 개장하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임대료가 너무 높아 업체가 선뜻 나서지 않는 데다 업체가 나타난다 해도 인테리어 설치 기간만 6개월가량 소요되는 만큼 연내 개장은 물 건너간 셈이다.
한강에 표류하는 유령의 섬은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탄생 과정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거액을 들여 만든 시설이니 하루빨리 정상화해 시민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있다. 시민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시행사가 지혜로운 해법을 찾는 게 순리다. 일단은 운영을 시작하면서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지금은 한강의 ‘오리알’ 신세지만 서울의 관광 명소로 부상해 ‘황금알’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남호철 논설위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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