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국채·특수채 잔액 800조 첫 돌파

정부가 갚아야 하는 빚인 국채·특수채 발행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섰다.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미래세대에 막대한 짐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는 18일 국채와 특수채의 발행 잔액이 각각 456조1778억원, 344조2901억원으로 총 800조467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채와 특수채는 정부와 정부 투자기관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채권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발행 잔액은 정부가 고스란히 갚아야 하는 돈으로, 국채·특수채의 발행 잔액은 2007년 말에는 395조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8년 말 427조원, 2009년 말 529조원, 2010년 말 598조원, 2011년 말 657조원, 지난해 말 729조원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나랏빚이 늘어가는 건 정부의 자금조달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경기를 진작시키고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정작 정부가 거둬들이는 돈은 적다는 얘기다. 재원 마련을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세금을 더 거두는 방법이지만 거센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국채나 특수채 발행을 선호한다.

특히 올해는 금융위기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채발행이 대폭 늘어났다. 실제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의 국채 발행액은 90조25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5조6396억원)보다 19.3% 증가했다. 이 기간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제외한 순 발행액은 42조857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49.6% 늘었다.

그나마 공기업 등 정부투자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는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면서 전년보다 감소했다. 올 들어 16일까지 특수채 발행액은 57조5605억원으로 전년 동기(69조356억원)보다 16.6% 줄었다. 순 발행액도 26조25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6% 감소했다.

문제는 이렇게 쌓인 국채와 특수채가 언젠가는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돈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세대는 빚의 혜택만 보지만 이를 갚아야 하는 미래세대를 생각해 급증세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국채가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하는 빚인 만큼 잔액이 커지면 다음 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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