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몰카’ 잡았다하면 외국인… 왜?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우즈베키스탄인 A씨(23) 등 외국인 2명이 여성 피서객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몰래 촬영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의 휴대전화에는 ‘몰카’ 사진 145장이 저장돼 있었다. 지난달 21일 같은 해수욕장에서 여성 17명의 가슴과 엉덩이를 몰래 찍다 붙잡힌 B씨(40)는 인도네시아인이다. 그 전날에도 말레이시아인 우즈베키스탄인 등 외국인 3명이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요즘 해수욕장 몰카 촬영범을 잡아보면 대부분 외국인이다. 해양경찰청은 올여름 적발한 해수욕장 몰카범 23명 중 15명이 외국인이라고 8일 밝혔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관할하는 남해해양경찰청은 몰카범 13명을 입건했는데 12명이 외국인이다. 해경이 2011년 적발한 해수욕장 몰카범은 10명, 지난해는 12명이었다. 올해는 아직 휴가철이 끝나기 전인데도 벌써 지난해의 배 가까이 검거됐다.

적발된 외국인 몰카범은 대부분 동남아를 비롯한 이슬람권 국가 출신이다. 여성의 노출을 금기시 하는 이슬람 문화에 익숙해 있다가 국내 해수욕장에서 비키니로 몸매를 드러낸 여성들을 보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다. 해경 측은 “적발된 이들은 거의 100% 이슬람권에서 왔다. 하나같이 ‘해수욕장 분위기가 본국과 너무 달라 호기심에 사진을 찍었다’고 진술한다”며 “문화 차이에서 오는 희한한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범죄인지 모르고 촬영하다 적발되는 외국인도 허다하다. 일부 동남아 국가는 몰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별 죄의식 없이 여성의 신체를 찍는 것이다. 이런 이들에겐 일일이 왜 벌을 받아야 하는지 설명해야 해 경찰도 애를 먹는다. 해경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범죄 사실을 부인하거나 ‘범죄인지 몰랐다’는 말로 일관하고 통역을 불러도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외국인 몰카 범죄가 극성을 부리다 보니 국내 여성들의 노출 사진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몰카를 찍은 외국인들이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파일공유사이트에는 몰카에 당한 여성 사진이 이미 무차별적으로 떠돌고 있다.

촬영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져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초소형 카메라가 등장했고, 스마트폰 카메라의 촬영음을 없애주는 애플리케이션도 나왔다. 해경 관계자는 “해수욕장 풍경이나 일행을 찍는 척하면서 비키니 여성을 찍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이런 몰카범들은 카메라의 높은 해상도와 줌 기능을 활용해 굉장히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되면 성폭력특별법에 의해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해경은 “여성 피서객을 몰래 촬영한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하면 해수욕장 망루의 인명구조요원에게 알리거나 해양긴급신고번호(122)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용상 박세환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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