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다른 세상 中단둥·신의주
일요일인 지난 21일 낮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내 압록강변. 수많은 사람이 잘 단장된 강변도로와 공원에서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이따금 우리말도 들리고 반팔 셔츠에 김정은 배지를 단 중년 남성도 지나간다. 주변 가게에서 한복을 빌려 입고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와 압록강단교(鴨綠江斷橋)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중국인,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압록강 관광에 나서는 사람들….
하지만 건너편 신의주 쪽은 영 다른 모습이었다. 압록강변에 유원지를 조성해 놓긴 했지만 오가는 사람이 통 보이지 않았다. 딱 하나 보이는 놀이기구는 휴일인데도 멈춰 서 있었다.
어둠이 찾아오자 단둥과 신의주는 더더욱 다른 세상이었다.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 단둥의 고층 빌딩과 호텔들. 서로 옆에 서 있는 중조우의교와 압록강단교도 울긋불긋한 조명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치 단둥의 번영을 과시하면서 북한에 빨리 개방하라고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듯했다.
그러나 눈길을 강 건너로 돌리면 말 그대로 암흑세계. 낮에 보이던 회색빛 빌딩에도 불은 켜지지 않았다. 강변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가느다란 불빛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다음날 새벽이 되자 우렁찬 행진곡이 귀청을 때렸다. 신의주 쪽 대형 확성기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압록강변 아파트에 사는 40대 중국인 남성은 “새벽마다 확성기 소리에 잠을 깬다”며 “이는 북한이 어떤 사회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변경도시 단둥과 신의주 간 관계를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예. 신의주 쪽 강변에는 낡은 대형 식당 ‘압록강각’이 서 있고 단둥 쪽에서는 ‘안둥거(安東閣)’가 마주보고 있다. 안둥거는 단둥시가 2층짜리 기와집인 압록강각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뒤늦게 지은 식당. 압록강각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안둥은 단둥의 옛 지명.
단둥에 사는 조선족 전직 언론인은 “70년대만 해도 신의주가 단둥보다 더 잘 살았는데 지금은 딴 세상이 돼 버렸다”며 “압록강각과 안둥거는 두 도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사상 최대 규모 전승절 열병식을 개최한 평양과 단둥에서 바라본 신의주가 오버랩되면서 머릿속이 착잡해진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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