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영육아원 자진폐쇄 결정에…“내 집인데 누구 맘대로 문 닫나” 아이들 절규
충북 제천시 제천영육아원의 원생 A양(16)과 통화가 이뤄진 건 3일 오후 7시쯤이다. 수화기 너머로 여학생 여러 명의 목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기자와 통화한다는 말에 원생들이 A양 주위로 몰려와 빙 둘러 서있다고 했다. 이들은 불과 몇 시간 전 이곳이 폐쇄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갑자기 ‘집’을 잃게 된 A양의 목소리는 떨렸고 수시로 톤이 높아졌다.
“남학생들이 오후 6시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선생님들한테 막 욕하고 얼굴에 모기약 뿌리고, 운동장에 쓰레기 집어던지고…. 지금도 선생님들 계신 사무실에 건의한다고 갔어요. 문 닫지 말라고. 누구 맘대로 폐쇄하냐고.”
이날은 제천여중·고 개교기념일이었다. 여학생들은 등교하지 않고 영육아원에 남아 있었다. 오전 11시쯤 방송기자들이 취재차 찾아왔고, 국가인권위원회 고발에 따라 제천시 행정처분이 내려졌음을 알게 된 학생들은 컴퓨터로 달려갔다.
‘시설장 교체’ 처분이 내려졌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가늠하려 관련 기사를 일일이 찾아 읽는데, 오후 2시쯤 영육아원 이사회가 자진 폐쇄를 결정했다는 뉴스가 떴다. 이 집이 없어진다는 걸 학생들은 인터넷 기사를 보고 안 것이다.
여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소식을 듣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달려온 남학생들은 ‘난동’에 가까운 ‘저항’을 했다. 의자를 던지고, 사무실 문을 발로 차고, 숙소에 물을 뿌리기도 했다. 통제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교사들은 경찰을 불러야 했다.
A양은 “이 집이 없어지면 결국 다른 시설로 뿔뿔이 흩어질 텐데, 그런 낯선 곳에 가면 왕따가 될 수밖에 없다. 남학생들은 그게 싫어서 집을 없애지 말라는 거고, 여학생들은 어려서부터 같이 지낸 애들과 헤어지는 걸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자진 폐쇄’가 맞는 표현이라 생각지 않는다. 아이들은 아무도 폐쇄를 원치 않는다. 이사회의 자진 폐쇄다”라고 덧붙였다.
5월 인권위의 가혹행위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이곳에선 남녀 원생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인권위에 신고한 것도, 적극 진술한 것도 주로 남학생이었다. 아무래도 거칠다보니 남학생들이 자주 벌을 받았고, 그 불만이 쌓여 인권위 조사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시설 존폐까지 거론되자 서로 의지해야 할 아이들에게 ‘벽’이 생겼다.
하지만 이곳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은 같았다. 남학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B씨(22)는 “폐쇄는 절대 안 된다. 아이들이 어디로 가겠나. 남자애들도 집이 좋아졌으면 하는 거지 없애자는 게 결코 아니었다”고 했다. 여학생들은 울음으로, 남학생들은 거친 몸짓으로 ‘내 집’을 지키려 한 것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다 자립한 퇴소자 C씨(21·여)는 “고3 원생들과 통화했는데 다들 눈앞이 캄캄하다고 한다. 지금 다른 시설로 옮기라는 건 몇 달 뒤 수능시험을 포기하라는 얘기다. 폐쇄하면 원생 50여명은 집을 잃고 나 같은 퇴소자는 고향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김미나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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