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비행 첨병 관제사 24시] ‘하늘길 등대지기’… 쉴틈도 빈틈도 없어요
지난해 초 한 방송사에서 ‘부탁해요 캡틴’이란 드라마가 방송됐다. 항공교통관제사(이하 관제사)란 직업이 사실상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알려진 계기가 됐다. 조종사나 승무원 못지않은 깔끔한 제복을 입고 하늘 높이 솟은 관제탑에서 비행기 조종사들과 교신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본 관제사들의 모습은 TV 화면과는 사뭇 달랐다. 관제사들은 하늘 높이 솟아있는 공항 관제탑보다는 어두컴컴한 골방 같은 관제실에 더 많이 근무했고, 멋진 제복 차림도 아니었다. 24시간을 교대로 근무하면서 ‘조그마한 실수가 엄청난 사고가 될 수 있다’는 긴장 속에서 살고 있었다.
지난 5일 오후 만난 서울지방항공청 서울접근관제소의 이은정(37) 관제사는 중부지방에 3일 내내 폭설이 쏟아졌던 지난해 12월의 경험을 들려줬다.
“갑자기 눈이 쏟아지면서 비행기는 평소보다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활주로도 미끄러운 만큼 착륙하는 항공기의 시간 간격을 늘려야만 했다. 공항 주변에서 제 시간에 착륙하지 못하고 선회하는 항공기가 늘어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활주로를 폐쇄한다는 통보가 왔다. 일부 항공기는 연료가 부족하다며 착륙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었고, 착륙을 기다리는 50여대의 항공기가 공항 주변을 선회하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사고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관제사가 몇 시간 동안 숨죽인 채 교신하며 관제업무를 하던 중 활주로가 다시 가동된다는 연락이 왔다. 그제서야 관제석에 앉아 있던 모든 관제사가 환호성을 질렀다….”
1999년부터 근무한 이 관제사는 학창 시절 꿈이 조종사였지만 까다로운 신체조건 때문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실망한 그에게 친구가 관제사 얘기가 실린 신문을 보여줬고, 이 관제사는 꿈의 방향을 틀어 항공대로 진학한 뒤 관제사가 됐다. 그는 “어떻게든 비행기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셈”이라며 “힘든 점도 있지만 꿈을 이뤘다는 점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관제사는 “처음 입사할 당시만 해도 야간에는 항공기가 거의 없어 관제사들이 별도의 ‘커피 타임’도 가졌는데 요즘은 그럴 여유가 없다”며 “힘들 때가 많지만 조종사들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피로를 잊는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관제탑에서 근무하는 하성희(38) 팀장도 학창 시절 신문 기사를 읽고 관제사의 꿈을 키웠다. 하 팀장은 “항공기를 관제하는 것은 지금도 나를 설레게 한다”며 “나의 관제지시에 항공기들이 안전하게 이륙하고 착륙하고 이동하는 것을 보면 기쁘고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량이 몰리거나 비정상 상황일 때면 집중하느라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때가 있다”며 “그렇지만 상황을 잘 처리한 뒤에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는데 그런 맛에 근무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관제사는 적당히 스트레스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 팀장은 “엔진 이상으로 인한 비상착륙 등 어려운 상황을 처리한 뒤 조종사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며 “특히 과거보다는 한국어로 인사하는 외국인 기장이 정말 많아졌는데 그럴 때 대한민국 인천공항의 관제사라는 데 대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1남1녀를 둔 하 팀장과 둘째를 임신한 상태인 이 관제사 모두 이구동성으로 관제사의 단점에 대해 “야간 근무와 불규칙한 스케줄”이라고 말했다. 휴일이나 명절을 지켜 쉴 수 없어 자녀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두 사람은 그러나 “나의 휴일이자 명절은 야근 다음 날 주어지는 비번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글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사진 서영희 기자 shjung@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