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히트후 신인 조용필로 새로 태어난 기분”

가수 조용필(63)이 10년 만에 신곡 ‘바운스(Bounce)’를 발표한 건 지난달 16일이었다. 일주일 뒤인 23일엔 ‘바운스’를 포함해 총 10곡이 담긴 19집 앨범 ‘헬로(Hello)’가 발매됐다.

그리고 지난 한 달, 가요계는 ‘조용필 열풍’으로 들썩였다. ‘바운스’와 음반 타이틀곡 ‘헬로’는 각종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 정상에도 올랐다. 콘서트 티켓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앨범은 공급 즉시 매진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현재 ‘헬로’ 앨범 판매량은 20만장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드롬에도 조용필은 두문불출했다. 1위에 오른 걸 기념해 TV 순위 프로그램에 영상을 통해 두 차례 얼굴만 내비쳤을 뿐이다. 그는 1990년대부터 그래왔듯 공연 준비에만 매진했다.

15일 조용필이 서울 이태원동 한 식당에서 연 기자간담회는 또다시 전성기를 맞은 그의 소감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그는 저녁 8시쯤 간담회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취재진 70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마이크를 잡았다. 조용필은 “이런 자리를 만든 건 앨범을 내놓고 언론 매체와 접촉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론사마다 (따로 인터뷰를) 할 형편이 아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90년대 초반, 방송 활동은 접고 콘서트만 하겠다고 발표했었어요. 그러니 이후 음반은 히트를 못 했죠. 하지만 (인터넷 발전 등) 시스템이 바뀌면서 이번 앨범이 관심을 끌게 된 거 같아요. ‘신인 조용필’로 새로 태어난 기분이에요. 어떻게 하면 더 새로운 ‘조용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건 20집을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거예요.”

조용필은 ‘헬로’를 둘러싼 열광적 반응에 대해서는 “나 역시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원차트에서 (정상에) 올라가는 걸 보고 겁이 났다”며 “앨범이 인기를 얻으면서 너무 조심스러워서 집과 사무실, 스튜디오를 오가는 생활만 반복했다. 친구도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조용필 신드롬’의 비결을 자평해달라는 질문엔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중들 반응을 사실 잘 몰라요. 데뷔할 때도 그랬거든요. ‘내가 인기가 있나’ ‘내 곡이 히트를 한 건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인터넷에 간혹 들어가 보면 (저를 좋게 평가해주는) 글이 너무 많이 올라오던데, 그런 글을 계속 보면 오히려 저를 컨트롤하기 힘들 거 같아 안 봤어요.”

조용필 이름 앞에 붙는 대표적 수식어는 ‘가왕(歌王)’ 혹은 ‘영원한 오빠’다. 과연 그는 어떤 수식어를 마음에 들어 할까. “일단 ‘가왕’이라는 말을 들으면 쑥스럽기 그지없어요(웃음). 그냥 저는 ‘조용필씨’라고 불러주는 게 가장 좋아요.”

이달 말부터 전국 투어 콘서트에 나서는 조용필은 8월 14, 1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 ‘슈퍼소닉’ 무대에도 오른다. 데뷔 45주년을 맞은 그가 록페스티벌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조용필은 “그동안 섭외를 꾸준히 받았으나 콘서트 준비에 매진해야 돼 출연할 수 없었다. 하지만 2∼3년 전, 2013년엔 록페스티벌엔 서겠다고 약속했기에 지켜야만 했다”고 말했다. “국내엔 밴드가 설 무대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록페스티벌 섭외에 응하면서 조건을 걸었죠. 되도록 많은 후배 밴드들을 무대에 세워달라고. 그래서 국내 밴드 20∼25팀 정도가 (‘슈퍼소닉’)에서 공연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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