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박두용] 산재 사고, 땜질처방으로는 안된다

Է:2013-05-1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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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박두용] 산재 사고, 땜질처방으로는 안된다

“권한 가진 자에게 책임을 묻고, 정부의 관리감독체계 전면 개편해야”

최근 대형 산재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산재 사망사고도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잇따른 대형 산재사고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예사롭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첫째, 최근 연이은 사고는 반도체, 석유화학, 제철, 건설 등 거의 모든 업종과 청주, 구미, 울산, 여수, 당진 등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사고 발생이 업종과 지역을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둘째, 사전 예방은커녕 정부의 특별감독 등 사후 대처방안도 작동하지 않는다. 구미 불산사고가 전국적으로 큰 문제가 됐지만 몇달 후 삼성반도체에서 불산 누출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고, 특별감독이니 특별진단이니 하면서 난리법석을 떠는 와중에 삼성정밀화학에서 염소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났던 바로 그 삼성반도체에서 또다시 불산 누출사고로 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6명이 사망하는 폭발사고가 났던 여수 대림산업도 마찬가지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6월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 장소 바로 옆이다. 그때는 다행히 현장작업자가 없어서 인명사고는 면했지만 하마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며칠 전 하도급 근로자 5명이 사망한 현대제철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제철은 2010년 가스 누출사고로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지난해 추락, 감전사 등으로 7명이 사망했다. 지난달에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2주간이나 실시했지만 감독이 끝나자마자 5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셋째, 산재 사망자나 피해자가 모두 하도급 근로자다. 사고를 일으킨 시설이나 설비는 모두 원청 소유이며, 관리나 통제권한 모두 원청이 가지고 있다. 하도급은 원청의 시설이나 설비에 대한 상세정보를 알 수도 없거니와 설령 안다고 해도 원청의 시설이나 설비를 통제한다는 것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상 하도급 근로자의 안전관리의 책임은 하도급에 있다. 원인과 권한은 원청에 있는데 책임은 하도급에 묻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사고를 낸 사업장에 대해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원청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진작했어야 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특별감독이든 정밀진단이든 현재와 같은 방식과 체제에서는 정부의 감독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최근 연이은 사고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원청의 시설과 설비에 대해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하도급에 안전관리 1차 책임을 둔 채 원청의 책임을 부분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가 없다.

문제는 복잡하게 꼬여 있지만 해법은 간단하고, 지극히 상식적이다. 근로자를 사용하는 시간과 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 통제하는 자에게 안전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즉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권한과 책임의 일치원칙’이라는 안전 제1원칙이다.

두 번째는 정부가 법을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다. 안전은 실행하지 않으면 안전이 아니다. 특히 안전법은 집행되지 않으면 없는 것보다 못하다. 이것이 ‘집행의 원칙’으로 안전 제2원칙이다. 안전에는 특별한 비법이나 지름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제1원칙에 따라 산업안전법과 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제2원칙대로 법규를 제대로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현재 정부의 감독은 양과 질에 모두 문제가 있다. 150만개의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감독관이 전국에 270여명으로 선진국의 10∼20% 수준이다. 행정직이 대부분이라 전문성도 떨어진다. 이와 같이 취약한 안전인프라가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안전을 실현하려면 산재사고를 전담할 독립행정기관인 산업안전보건청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안전원칙이 확립될 것이고 원칙적인 집행도 제대로 될 것이다.

박두용(한성대 교수·기계시스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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