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찬희] 잃어버린 세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1926) 서문에서 “당신들은 모두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의 사람입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1차 세계대전부터 1929년 대공황 사이에 성년이 된 세대를 가리킨다. 황폐해진 사회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잃어버린 세대’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0개 회원국의 청년(만 15∼24세) 중에서 일도 교육도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족(NEET族·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 수가 26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재정위기를 앓고 있는 스페인의 청년실업 인구 비율은 57%로 10명 중 6명꼴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24.4%) 이탈리아(38.4%) 포르투갈(38.3%) 등 다른 국가 사정도 매한가지다.

‘잃어버린 세대’ 문제는 지구촌 전체를 옥죄고 있다.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은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째깍째깍 소리를 내는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했다. 현재의 청년실업은 선진국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해당 국가의 내수 부진, 선진국에 제품을 팔아 사는 신흥국의 동반 침체, 글로벌 장기 불황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단단해지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도 위험 수위다. 청년(만 15∼29세, 우리나라는 병역의무 때문에 청년층 연령대가 다른 국가보다 넓다) 실업 인구는 34만2000명에 이른다. 고용률은 41.1%에 불과하고, 실업률은 8.0%나 된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얼마 전 정부와 국회는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다. 2010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즈 런던 정경대 교수는 ‘잃어버린 세대’의 해결책으로 은퇴 정년 연장을 꼽았다. 정년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쌓아둔 자산이 많은 장년·고령층 소비가 는다. 소비인구 증가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동시에 은퇴 인구에 줘야 하는 연금·복지 지출이 줄어 정부가 경기 회복에 쓸 여윳돈이 넉넉해진다.

‘잃어버린 세대’는 생존경쟁에서 뒤처진 채 출발한다. 사회 밖으로 내몰린 젊은이가 급증할수록 범죄 증가나 폭동 등으로 불만이 표출된다. 사회적 비용 증가로 공동체는 재앙을 맞이한다.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걱정할 일이다.

김찬희 차장 ch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