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챔피언 떡잎 기업 12% 그쳐

최근 정부와 각 경제단체 사이에서 ‘히든챔피언’ 키우기가 대세다.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강소(强小)기업을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중소·중견 기업 가운데 히든챔피언이 될 만한 잠재력을 가진 곳은 12%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옥석을 잘 골라 지원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시됐다.

◇상당수 글로벌 역량 부족=산업연구원(KIET)은 8일 낸 보고서에서 국내 중소·중견기업 393곳을 조사한 결과 세계의 경쟁기업과 비교했을 때 글로벌 마케팅 등 사업 역량과 제품개발 능력이 모두 우위에 있는 곳은 47곳(12.0%)에 그쳤다고 밝혔다. 각 중소·중견기업을 상대로 평가지표 24개에 관한 설문조사를 해 얻은 결론이다.

글로벌 마케팅과 제품개발 능력이 다른 나라의 경쟁기업에 비해 모두 뒤처지는 곳은 228곳으로 58.0%나 됐다. 연구를 수행한 KIET 중소기업벤처연구실 이영주 연구위원은 “두 능력이 모두 우수해 강소기업의 자질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의 저변은 두텁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역량을 점수화했더니 100점 만점에 53.4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2007년 44.2점보다 높아졌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중소기업만 따지면 49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부분이 대기업에 의존적이고 내수 위주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수출 대비 중소·중견기업 수출 비중은 33.0%이고, 중소 제조업체의 총 매출 대비 해외 매출 비중은 13.2%에 불과하다.

◇대책은=일차적으로는 각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역량을 키워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히든챔피언은 글로벌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하는 특징이 있다. 또 일단 해외시장에 진입하면 안주하지 않고 후속 제품 개발에 들어가 경쟁력을 키운다.

정부의 역할은 히든챔피언 지원사업의 목적과 내용을 뚜렷이 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청, 코트라,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이 앞다퉈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을 총괄할 조정 타워가 없다.

이에 따라 각 사업별로 지원 요건과 선정 기준이 달라 신청 기업들이 혼란을 겪을 우려가 있다. 이 연구위원은 “글로벌 강소기업의 성공 요건을 반영하지 못한 지표들이 사용돼 자칫 국내용 강소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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