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명약 프로폴리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 이것을 발랐다. 고대 로마 병사들도 이것을 상비약으로 휴대했으며,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보어전쟁 때는 의약품으로 사용됐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이 피부질환 및 감염증 등의 치료에 적합하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 신비의 약은 바로 프로폴리스다.

프로폴리스는 꿀벌들이 벌집 주변의 나무와 꽃봉오리에서 모은 수지성 물질에 자신의 타액과 효소 등을 섞어 만든 물질이다. 꿀벌 애벌레들은 32∼36도의 온도가 유지되어야 성충으로 자랄 수 있다. 때문에 벌집은 항상 따뜻한 온도가 유지되는 온장고나 같다. 게다가 수없이 많은 꿀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는 곳이라 세균이 번식하기 딱 알맞은 장소다.

그럼에도 벌집은 외부 오염으로부터 매우 안전하다. 채취한 직후 바로 냉동 보관하지 않으면 금방 상해버리는 로열젤리도 벌집 안에서는 아무리 오래 두어도 변질되지 않는다. 프로폴리스의 항균 기능 덕분이다.

그러나 페니실린 같은 값싸고 구하기 쉬운 합성의약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프로폴리스는 점점 잊혀졌다. 그러다 1965년 프랑스의 생화학자 레미 쇼방 박사가 ‘프로폴리스의 임상효과에 대해’라는 논문을 발표한 뒤 다시 의학자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레미 쇼방 박사는 꿀벌의 몸에 그 어떤 박테리아도 없고 벌집도 무균 상태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논문을 썼다.

그 후로 지금까지 프로폴리스의 다양한 효과를 규명한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항균, 항염증 작용뿐만 아니라 항산화 작용, 혈액순환 개선, 인체의 면역성 강화에 도움이 되며 암은 물론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방사선 피폭 예방 및 보호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으며, 위염치료 의약품인 ‘오메프라졸’보다 프로폴리스가 더 우수한 위 손상 억제율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며칠 전엔 가톨릭대 이주영 교수팀이 프로폴리스에 들어있는 카페인산 에스테르 성분이 몸속에서 염증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프로폴리스는 류머티스성 관절염 같은 심한 염증과 통증에 사용하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인 ‘인도메타신’과 유사할 만큼 강력한 효능을 지녔다고 한다.

인간이 인공적으로 합성한 항생제는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는 데 비해 꿀벌이 만든 천연 항생제의 신비한 효과는 무궁무진한 모양이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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