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한반도] 탈북자 어선 훔쳐타고 서해로 유유히 월북… 軍 ‘최고경계’ 무색

남북 간에 국지전까지 우려돼 군이 최고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 탈북자가 어선을 훔쳐 유유히 북으로 넘어갔다. 게다가 천안함이 침몰하고 수차례 교전까지 발생해 이중 삼중의 감시망이 가동되고 있다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생긴 일이다. 우리 군 당국의 구멍 뚫린 경계태세에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4일 군 당국에 따르면 남한에 정착해 살던 탈북자 이혁철(28)씨가 3일 오후 10시49분쯤 연평도에서 어선 ‘진흥3호’를 훔쳐 타고 NLL을 넘어 월북했다. 군 관계자는 “오후 10시46분쯤 NLL 남쪽 900m 지점에 있는 레이더로 포착해 즉시 고속정이 출동했으나 이미 NLL을 넘어가 추가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오후 10시30분쯤 키가 꽂혀 있던 진흥3호를 훔쳤으며 이후 연안을 따라 북진했다. 경계근무 중이던 연평도 해병대 초병이 발견, 상부에 보고했고 10시44분쯤에는 해병대 레이더에도 해당 선박이 포착됐다. 군 당국은 46분쯤 우리 어선임을 확인하고 고속정을 출동시켰으나 이미 NLL을 넘어간 상황이었다.

이씨는 북한을 탈출해 2007년 3월 20일 한국에 왔으며 포항에서 생활해 왔다. 2개월 전 꽃게잡이 어선인 진흥3호에 취업해 지난달 21일 연평도에 들어왔다. 이씨는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입북하는 등 한국에 정착하기 전까지 네 차례나 탈북과 입북을 반복한 전력이 있다. 이씨는 NLL 월선 직후 선주와 휴대전화 통화에서 “돌아오라”는 선주의 요청에 “XXX야 있을 때 잘하지. 김정은이 잘해줄 것이다”라고 대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월북 사태는 NLL 인근에 대한 경계가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어서 우리 군의 경계태세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아울러 탈북과 입북을 되풀이해온 탈북자가 연평도 같은 최북방 접적(接敵)지역에 접근하기까지 아무 통제도 받지 않아 정부의 탈북자 관리에도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섬 가까이 음영구역이 있어 NLL 통과 직전 레이더에 발견됐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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