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탄탄한 자료 조사로 김환기 일대기 복원…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이충렬/유리창
올해는 한국추상 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의 탄생 100주년이다. 지금까지 김환기 전기는 여러 종이 출간됐지만 재미 작가 이충렬(59)이 탄탄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을 발굴해 일대기를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상당하다.
예를 들어 김환기의 부인 김향안(1916∼2004)이 남긴 ‘중매한 사람은 N시인’이라는 기록에 근거해 그동안 ‘N시인은 노천명’이란 설이 많았지만 작가는 N시인이 백석과 이중섭의 친구인 일본 시인 노리다케 가츠오(1919∼1990)라는 사실을 일본 측 자료를 통해 찾아낸 게 그것이다.
“노리다케의 집에서 변동림을 처음 만난 김환기는 안좌도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변동림에게 편지를 보냈다. 다정한 인사와 함께 곧 서울에 올라가면 저녁을 대접하겠다는 내용이었다.”(114쪽) 알다시피 변동림은 천재 시인 이상의 미망인으로 훗날 김향안으로 개명했다.
김환기의 조카인 소설가 서근배(1928∼2007)가 1974년 한 여성지에 남긴 기록도 일대기 속에 녹여냈다. “외숙은 서울에 있는 가까운 수상(手上:친척 어른)들을 우리 사랑에 모아놓고 현재의 외숙모를 데려다가 소개하면서 결혼할 것을 선언했다. 나의 어머니는 즉석에서 반발한 유일한 사람이었으니, 비록 자장에 대신하는 맏누이라고는 하나 소위 ‘추장의 딸’적인 기승이었던 셈이다. 외숙은 그때 모인 친족들을 그냥 앉혀놓고 소개한 여인을 데리고 가 버렸다.”(142쪽)
아울러 변동림이 왜 김향안이 됐는지도 서근배의 기록을 통해 진술된다. “그 시절 외숙의 아호가 향안이었으니 향수와 고독을 보여준다. 그는 소년기에 문학을 지망했을 정도니 아호에서도 문학 취가 향기롭다. 훗날 그가 결혼함으로써 그 아호는 부인의 필명이 되고 그의 아호는 수화(樹話)가 되었다.”(143쪽)
김환기와 김향안이 미국 체류 시절인 1965년 8월∼1970년 1월에 걸쳐 한국의 제자 박석호 화백에게 보낸 13통의 편지는 이들의 미국생활이 얼마나 궁핍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다. 편지 내용은 이렇게 변형됐다. “재료비는 고사하고 생활비조차 없어서 김향안이 백화점에 판매 사원으로 취직했다. 김환기도 잡일을 하려고 했으나 하루 만에 포기하고 뉴욕타임스에 그림을 그렸다. 뉴욕타임스 살 돈이 없는 날에는 전화번호부를 잘라 그 위에 그렸다. 김향안이 버는 돈으로 네 식구가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큰딸과 작은딸의 도움으로 몇 달을 간신히 버텼다.”(288쪽)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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