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47조 지하경제 양성화 팔 걷었다

관세청이 밀수·불법외환거래 등 연간 47조원에 이르는 지하경제 양성화에 돌입했다. 특히 다국적기업과 거래를 통한 조세회피, 조세피난처(tax heaven)를 이용한 자금세탁 등을 강도 높게 조사할 방침이다.

관세청은 27일 서울 논현동 서울본부세관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 발대식을 가졌다. 관세청 차장이 추진단장을 직접 맡았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외환거래정보 활용 권한을 고액 현금거래까지 확대하고, 신용카드 해외 사용내역 정보도 실시간 입수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기업심사·범칙조사 등 단속 인력은 종전 223명(38팀)에서 431명(73팀)으로 배 가까이 늘렸다. 관세청은 집중 단속으로 연간 1조5000억원가량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선 관세청은 다국적기업과 특수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탈세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3년간 관세청이 다국적기업으로부터 추징한 세액은 2100억원에 이른다. 해외 본사에서 고급 양주를 수입하면서 당초 가격보다 낮게 신고해 세금을 회피한 뒤 탈세로 얻은 이익을 배당금 명목으로 본사에 송금하는 사례 등이 해당한다. 관세청은 국세청과 공조도 강화할 계획이다.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자금세탁을 하는 불법 외환거래도 ‘표적’이다. 영국의 조세분야 비정부기구인 ‘세금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는 우리나라에서 조세피난처로 빠져나가는 자산이 연간 2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관세청은 귀금속과 농산물 밀수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금·다이아몬드 등 귀금속은 전통적인 밀수품목이다. 최근에는 고추·참깨·인삼 등 해외 농산물을 밀수해 국산으로 속여 폭리를 취하는 범죄도 잦다. 관세청은 제3국 물품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로 우회해 수입하거나 원산지 증명서를 위조해 FTA 특혜세율을 받는 행위도 전면 차단할 방침이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관세청은 복지공약 실현, 경제회복 등을 위한 정부의 재정 수요를 책임지는 세수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외거래 관련 지하경제를 발본색원해 조세정의를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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