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신창호] 대통령의 카리스마

Է:2013-03-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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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신창호] 대통령의 카리스마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한광옥 전 의원은 사석에서 청와대 생활을 회상하며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갈 때는 사시나무 떨듯 다리를 떨었던 적이 많았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동교동계’ 핵심으로 평생 김 전 대통령과 정치여정을 함께했던 그였지만, 더 이상 김 전 대통령을 친근한 ‘계파 보스’로만 볼 수 없었다는 고백이다.

요즘 박근혜 대통령의 ‘디테일 리더십’이 연일 화제다. 여성 대통령답게 정책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챙기니, 청와대 수석이나 부처 장관 할 것 없이 눈에 불을 켜고 업무를 살필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세심하다고 해서 카리스마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에게 물어보면 모두 “대통령의 아우라(Aura·독특한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다”고 답한다.

박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리는 청와대 집현실 풍경을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회의 전 허태열 비서실장 이하 모든 수석들이 자리에 앉아 대기하고 있으면, 박 대통령이 두툼한 가방을 든 채 들어오고 수석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대통령이 자리에 앉으면 곧바로 회의가 시작된다. 박 대통령은 길다 싶을 정도로 상세한 모두발언을 하고, 참모들은 긴장된 얼굴로 이를 경청한다. 박근혜 정부의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풀(Pool) 취재에서 목격한 박 대통령과 참모들의 관계는 한마디로 ‘질서정연함’ 그 자체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전혀 달랐다. 똑같은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인데 그때는 수석들이 회의 전까지 찻잔을 하나씩 든 채 얘기를 나눴다. 가끔씩 나오는 농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고 ‘풀 기자’한테 말을 걸어주는 친절함도 베풀었다. ‘편하게’ 회의를 진행했던 이 전 대통령의 위력은 해외순방을 나갔을 때 진면목을 드러냈다고 한다. 외국 어떤 정상을 만나도 단 한 시간이면 친구처럼 만들 수 있는 그의 ‘능력’에 참모들이 감탄한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언으로 ‘대통령의 사람들’을 자주 긴장시켰던 걸로 유명하다. 다양한 정치적 함의와 비판조의 직설화법으로 상대방 얼굴이 붉게 물들 정도로 몰아붙였다는 얘기가 자주 들렸다. 정권 초창기 전국에 TV 생방송으로 중계됐던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한 검사에게 날카로운 눈매로 “막가자는 거지요”라고 말한 대목은 아직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대중을 심복시켜 따르게 하는 능력을 카리스마라고 정의했다. 미국 정치학자 스티븐 룩스는 권력을 1·2·3차원으로 분류했다. 직접적 힘으로 제압하는 권력, 법이라는 간접적 힘으로 통치하는 권력, 설득과 영향력으로 부지불식간에 작용하는 권력이 그것이다.

정권 초창기의 권력은 언제든 통치자의 카리스마가 필수불가결하다. 이전 정부의 찌꺼기를 빠른 속도로 청산하고 새로운 국정철학을 설파하기 위해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만큼이나 상대방 마음으로부터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능력도 중요해 보인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의 정치력은 이 요소들을 어떻게, 어느 선까지 적절히 구사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박 대통령이 선보인 카리스마와 디테일 리더십은 성공의 열쇠가 될 만한 덕목처럼 보인다. 두 가지가 효과적으로 결합한다면 베버가 규정한 카리스마에 룩스의 ‘3차원적 권력’이 보태진 ‘고차 방정식’이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신창호 정치부 차장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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