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석 성폭행 피해 여성에게 “안정 될 때까지 기다려줄게요”… 존엄성 보호해 준 부장판사

Է:2013-02-2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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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14일 텅 빈 서울 서부지법 303호 법정.

성폭행 피해 여성 A씨는 증인석에 앉자마자 흐느끼기 시작했다. 당시 경험한 아픈 기억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재판을 맡은 형사11부 김종호 부장판사는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줄까요”라고 물은 뒤 한동안 재판을 시작하지 않았다.

A씨는 2011년 6월 평소 친하게 지낸 남자 선배와 술을 마신 뒤 정신을 잃었다. 선배는 A씨를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맺었다. 다음날 아침 A씨가 우연히 본 선배의 휴대전화에는 자신의 나체 사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이 사진은 다른 친구들에게 전송된 상태였다. 충격에 빠진 A씨는 선배를 준강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재판에서 피고인 측 변호사는 A씨가 동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는 점을 추궁했다. 변호인은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간에 2차 술자리를 간 이유가 뭐냐”며 A씨가 답하기 곤란한 질문도 쏟아냈다. 변호인은 과거 A씨가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한 뒤 다른 남자와 술을 마셨던 경험에 대해 묻는 등 이번 사건과 무관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A씨가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되는 질문에 대해 단호히 제지했다. 그는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지 말라” “뭘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냐”는 등 재판 중에도 피해자를 보호하려 애썼다. 그러나 A씨는 결국 “저 자신이 존엄하지 않게 됐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김 부장판사는 A씨에게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인간이 존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본인 자신을 파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픔을 잘 이겨내길 기원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이 재판을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한 우수 사례로 선정하고 김 부장판사에게 디딤돌상을 수여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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