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유승관 목사] 21세기 한국 교회의 시대적 사명과 과제②

“선교적 교회론”의 실천: 시세(時世)를 알고 마땅히 행할 것을 알아야(中)

“잇사갈 자손 중에서 시세를 알고 이스라엘이 마땅히 행할 것을 아는 우두머리가 이백 명이니 그들은 그 모든 형제를 통솔하는 자이며”(대상12:32)

역대상에 보면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으로 등극할 때 나라를 세우는데 필요한 인력(다윗의 군사들)을 등용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칼 잘 쓰는 무사, 활 잘 쏘는 궁사, 말 잘 타는 마병 등 각 지파별로 수백에서 수천 명씩을 선발하였다. 그런데 다윗 왕을 도와 이스라엘을 건국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일등공신은 바로 잇사갈(Issachar) 지파였다. 그들은 당시 수십만 명에 달하는 다윗의 군사들 가운데 불과 이백 명 밖에 안 되었지만 그야말로 소수정예, 일당백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바로 “시세(Times)를 알고 이스라엘이 마땅히 행할 것을 알고 모든 사람을 통솔할 줄 아는” 통찰력과 분별력 그리고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와 같은 리더십이 가장 절실한 곳이 바로 한국 교회이다. 한국 교회가 지상교회의 본질에 충실하고 주님의 지상명령을 올바르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시대의 영적 기상도를 잘 알고 지금 여기에서(Here & Now) 한국 교회가 꼭 감당해야할 주요 사명(Mission)과 우선 과제(Task)가 무엇인지를 분변하여 이를 실천해야 한다.

필자는 최근 중국 모 시(市)에 있는 현지인(漢族) 교회를 방문한 바 있다. 10년 전 모 자비량 선교단체의 기도와 헌신으로 시작된 이 교회 공동체는 개척 초기부터 현지인 목회자를 세우고 마치 초대교회 시대 바울 선교팀처럼 한 마음으로 유무상통(有無相通)하며 겸손한 자세로 섬겨오고 있다. 또한 차세대 기독교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기독교 교육(The School of Tomorrow)과 문화 교실(음악, 태권도 등)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맨 처음 열 명이 안 되는 소수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성인 성도를 기준으로 약 2천 명에 달하는 큰 공동체로 성장했다.

초창기 상가 뒤편의 좁고 허름한 공간에서 모일 때부터 익히 알고 보아온 필자로서는 남다른 감사와 감격을 금할 수 없었다. 비단 새로 마련한 큰 예배당과 많은 성도 수 때문이 아니라 진리의 말씀을 사모하는 영적 목마름 속에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와 마치 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은혜에 갈급해하는 성도들의 진지한 모습과 눈빛에 더 큰 놀라움과 도전을 받았다. 주일 성만찬 때 눈물로 떡과 잔을 받는 많은 성도들! 성찬을 나누면서 서로 얼싸안고 구원의 감격에 눈물짓는 자매들! 주중에 피곤함을 무릎 쓰고 밤늦도록 꼬박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제자훈련 강의를 경청하는 담임목사와 평신도 대표들! 필자는 그곳에서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 임한 은혜 충만 성령 충만을 목도할 수 있었다.

이 시대의 남은 그루터기

“그 중에 십분의 일이 아직 남아있을지라도 이것도 황폐하게 될 것이나 밤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있는 것 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사6:13).

웃시아 왕이 죽던 해, 그야말로 풍전등화에 처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하나님은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놀라운 선교 비전을 보여주셨다. 그 때 이스라엘은 귀가 막히고 눈이 감겨 주의 목소리를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던 영적 암흑기였다. 왕을 위시하여 그 누구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보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님을 바라보며 끝까지 남아 눈과 귀를 열었던 이사야는 하나님의 ‘그루터기’ 선교 비전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하나님은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는 칠천 명의 남은 자를 그루터기로 새 순(旬)을 내신다.

하나님은 언제나 남은 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신다. 가인에게 살해당한 아벨을 대신해 남은 자인 셋, 죄악으로 가득찬 세상을 심판하실 때 살아남은 노아의 가족,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속에서 살아남은 롯의 가정, 온 땅이 가뭄으로 죽게 되었을 때 남은 요셉의 가정, 히브리 남자 아이를 모두 죽일 때 갈대상자 속에 남은 모세, 미디안 군사 13만 5천에 맞서 항전할 때 마지막까지 남은 3백 명의 기드온 용사..., 하나님은 각 시대마다 소수의 남은 자들을 그루터기로 삼아 당신의 구속사를 이어가신다.(사10:20~22)

“그 날에 이새의 뿌리에서 한 싹이 나서 만민의 기치로 설 것이요 열방이 그에게로 돌아오리니 그가 거한 곳이 영화로우리라.”(사11:10) 그루터기에서 나는 순(旬)은 예수 그리스도이며 십자가의 복음이다. 복음이 땅 끝까지 이르고 세상 끝 날까지 전파되는 동안 하나님의 “그루터기” 선교 전략은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문화혁명 이후 기독교에 대한 온갖 박해와 핍박 속에서도 신앙의 절개와 뿌리를 지켜온 중국 교회의 형제자매들, 지구상에서 가장 극심한 종교적 탄압과 박해가 자행되고 있는 북한 지하교회의 성도들, 극렬 무슬림의 살해 위협과 테러 속에 매일 매순간을 순교자적 삶을 살아야 하는 아프리카나 북인도 지역의 선교사들..., 이 시대 하나님이 지켜보시는 남은 그루터기들이다.

한국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

한국교회는 선교 1세기 여 만에 약 2만 3천명의 타문화권 선교사를 파송(2012년 말 기준)함으로써 미국에 이어 제 2위의 선교 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이제부터 선교지와 사역 면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적용 실천해야 할 때이다. 선교지 측면에 있어서는 사상(東洋)과 문화(漢字), 제도와 관습(大家族制, 敬老思想), 지리(位置)와 접근성, 사고(Concept)와 삶의 방식(Life Style) 등이 우리와 유사한 아시아권에 집중하는 선교전략이 주효하다고 본다. 특히 중국,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네팔 지역에 이르는 광대한 권역은 자력에 의해 복음을 접하지 못하는 미전도종족(Un-reached People)과 기아(饑餓)에 허덕이는 빈곤층의 대부분이 모여 사는, 소위 ‘빵과 복음’이 동시에 요구되는 공생(共生) 사역지이다.

또한 중국에는 약 200만 명의 조선족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약 50만 명에 달하는 고려인(카레이스키)들이 살고 있고 그들이 세운 토착교회들도 많이 있다.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와 성도들을 선교 훈련하여 저들로 하여금 자국의 구령사역을 주도하게 하는 공동작전을 펼칠 필요가 있다. 중국, 동남아 전역에 진출해있는 기업에 종사하는 크리스천 비즈니스맨과 크리스천 화교(華僑)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협력 네트웍을 구축하여 평신도 전문인선교를 활성화함으로써 시너지(Synergy)을 제고할 수 있다. 이 지역은 희지도 검지도 않은 피부에, 가난도 풍부도 모두 경험한 한국 교회가 감당하기에 최적의 선교지이다. 또한 불교, 힌두교, 이슬람과 같은 비기독교적 세계관 국가는 전통적으로 기독교 문화와 서양 선교사들에 대한 거부감이 큰 반면, 이곳저곳 이리저리 두루 잘 어울릴 수 있는 한국인들에 대해서는 매우 우호적이다. 특히 근년 한류(韓流)와 케이 팝(K-Pop) 열풍으로 인기가 높아져 접촉점(Rapport)을 만들기가 매우 용이하다.

사역적 측면에서는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받고 경험한 은혜와 영적 축복(영성)을 패키지(Package)화하여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경대학(공부), 제자훈련, 선교훈련, 새벽기도, 전도폭발, 새신자 양육, 큐티, 가정생활 세미나, 주일학교 교육과 교사훈련 프로그램, 주일학교용 교재 등은 선교지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고 배우기를 원하는 귀중한 사역들(소프트 웨어)이다. 이와 같은 것들은 돈이나 건물과 같은 물질(하드웨어)의 지원보다 더 중요하다. 사람을 낚는 어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고기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있어서 가장 주효한 시장 확대전략은 한국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 확장에 있어서도 한국 교회가 가장 자신 있게 실천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선교 전략이 최상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웃시아 왕이 죽던 때 이상으로 온갖 부패와 타락, 우상숭배로 관영한 영적 흑암기라고 할 수 있다. 이 혼탁한 이 시대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남은 그루터기를 찾고 계신다. 지금도 하나님은 당신의 음성을 듣고 비전을 바라본 ‘남은 자’를 거룩한 그루터기로 삼아 황폐한 땅에 새순을 내고 풍성한 열매를 거두시기를 원하신다. 이와 같은 때에 이사야처럼 “주여,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사6:8) 화답하는 한국교회가 될 수 있기를 소원해본다.

유승관 목사(국제로잔 전략위원, SIM International Consul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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