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뛴다-종목별 최고령 선수들] ⑥ 여자프로배구 이효희 (IBK기업은행)

다정다감한 코트살림꾼 ‘횬맘’

여자프로배구 최고참 이효희(33·사진)의 팀내 별명은 ‘횬맘’이다. ‘이효희 엄마’라는 현대식 줄인 말이다. 1980년생이니까 갓 들어온 신입들과는 무려 14살 차이다. 선수들에겐 다정한 언니, 이모뻘이지만 단순히 나이만 많은 고참선수는 아니다.

프로배구 2년차 신생팀인 IBK기업은행이 이번 시즌 우승을 바라보는 데는 그의 존재감이 절대적이다. 그는 ‘코트의 지휘자’답게 팀의 주전 세터로 16게임 전 게임에 출장하며 팀의 단독선두(14승2패)에 앞장섰다. 기업은행이 자랑하는 김희진-박정아-알레시아 공격 삼각편대는 다 그의 손끝에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로서의 그의 욕심은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석권하는 통합우승이다. 직전 팀에서 챔프전 우승은 했지만 통합우승은 해보지 않았단다.

“올해 쉽게 선두에 오른 것 같지만 매경기 쉬운 경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아직은 어린 선수들이 많아 그런지 흐름을 쉽게 타는 것 같고, 그럴 때일수록 코트에서 선수들 다독거리고 굉장히 바빠요.”

선수로서의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큰 부상없이 묵묵히 최선을 다 한 것뿐”이라는 다소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선수 인생에도 간단치 않은 부침이 있었다.

2000년 인삼공사에 입단한 그는 2007년 흥국생명으로 팀을 옮기며 이듬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맛본다. 2008∼2009시즌 정규리그 3위에 그쳤지만 당대 최고의 공격수인 김연경과 호흡을 맞춰 챔피언결정전에서 GS칼텍스를 누르고 정상에 오른 것. 그는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한 포인트 상황을 생생히 기억해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0년 김사니라는 걸출한 후배 세터가 이적해오면서 그는 은퇴의 길을 택한다. 집에서 1년을 쉬었다. 가끔씩 아마추어 배구 동호회에 나가 몸을 풀었지만 배구를 향한 갈증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2011년 여름 신생팀 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에게 연락이 왔고 그는 한달음에 팀에 합류했다. 공백에 따른 부담감도 없지 않았지만 20대 초반 선수들로만 구성된 팀에서 그의 역할은 선수 이상이었다.

“처음엔 까마득한 후배들과 한 숙소에 지내려니 서로 어색했죠. 하지만 먼저 찾아가 장난도 쳐주고 하니까 선수들도 이제는 이모처럼 편하게 잘 대해주고 있어요.”

지난해는 수비가 좋지 않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기업은행은 올해는 남지연, 윤혜숙 두 노장 수비수를 영입, 단번에 선두로 치고 올라올 수 있었다.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매 시즌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싶어요.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준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올해는 꼭 통합우승을 하고 싶고요.” 그는 이제 후배 세터인 이소진을 위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에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소진이가 클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소진의 높은 토스에 저의 장기인 빠른 토스를 접목하면 훌륭한 세터로 자랄 수 있을 것 같아요.”

극진한 후배사랑에다 오직 배구 밖에는 모르는 이효희는 골드미스이다.

<프로필>

-1980년 8월 26일생

-1m73, 58㎏

-수일여중, 한일전산고, 대전대덕대

-인삼공사, 흥국생명, IBK기업은행(현)

-3녀중 차녀, 미혼

-프로배구 세터상 (2007-2008, 2008-2009)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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