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사는 법] ‘종이→디지털’이 대세… 문제는 콘텐츠!

Է:2012-11-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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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사는 법] ‘종이→디지털’이 대세… 문제는 콘텐츠!

신문·잡지의 미래

“올 것이 온 거죠.” 뉴스위크의 편집장 티나 브라운은 내년부터 종이 잡지를 찍지 않고 디지털판만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때 세계 최고의 주간지로 군림했던 뉴스위크의 현재 발행부수는 150만부. 최고였을 때의 절반 이하다. 올해 광고 판매 예상치는 겨우 500쪽. 1주일에 10쪽도 안 된다.

뉴스위크의 디지털 전환 발표 후 불과 10여일 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료 독자가 오히려 늘어 미국 최대의 신문으로 올라섰다는 발표가 나왔다.

무엇이 두 매체의 운명을 갈라놓았는지, 다들 궁금해했다. WSJ의 사례를 보면 ‘종이신문’도 충분히 생명력이 있다는 희망 섞인 분석까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착각이다. 뉴스위크나 WSJ나 모두 ‘종이’ 발행부수는 줄어들고 있다. WSJ의 경우 신문 독자가 1년 사이 6만명 줄어든 대신 온라인 유료 독자가 25만7000명이 늘어났다. 그 덕분에 종이와 디지털을 합친 유료 구독자 수가 늘어난 것이었다.

디지털 쪽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두 매체의 가는 길은 다르지 않다. 뉴스위크는 우울하면서 빠르게, WSJ는 우아하면서 부드럽게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이다.

뉴스위크는 지난달 디지털 전환을 선언하면서 “독자에게 디지털 형태로 다가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시점에 이르렀다”며 “2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 수년 내에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맞는 말이다.

뉴욕타임스(NYT)의 경우 이미 종이신문 독자보다 디지털 독자가 더 많다. 종이 독자 71만7513명, 디지털 독자 89만6352명이다(2012년 9월 기준, 미국 ABC협회). 이런 변화는 NYT의 유명한 슬로건까지 바꿔놓았다. ‘인쇄(print)하기에 적절한 뉴스는 모두 싣는다’는 표어는 유효기간이 지났다. ‘뉴스의 경험’이 디지털 시대 NYT의 새로운 슬로건이다.

NYT의 디지털판을 위해 카피를 쓴 냇 휘튼은 “화제가 되는 사안을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디지털 시대 신문의 역할”이라며 “독자가 뉴스 속으로 깊이 들어가 사건을 경험하고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 대통령선거 TV토론을 홈페이지에 생중계하면서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관전평을 올렸다. ‘파이브서티에이트’라는 여론조사 분석 블로그를 NYT 홈페이지에 포함시켜 지면보다 더 자세한 분석을 제공했다. 디지털 전환은 이미 대세다. 뉴스위크나 WSJ나 모두 이런 길로 가고 있다.

그럼에도 뉴스위크와 WSJ의 운명은 분명 서로 달라 보인다. 로이터통신의 펠릭스 새먼 기자는 “뉴스위크가 디지털 매체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딱 잘라 말했다. 종이에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빨리 갈아탄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란 말이다.

문제는 콘텐츠다. 신문들은 2000년대 중반 온라인 매체의 속보성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스토리텔링과 기획 기사, 오피니언면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편집에서도 잡지 스타일을 적극 도입했다. 뉴욕타임스가 1면에 컬러 사진을 싣기 시작했고 워싱턴포스트도 일요판 1면을 대형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장식했다.

지난 9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폴란드의 보니어 경제신문 디자인 디렉터 야섹 우트코는 “신문의 미래는 잡지 스타일에 달렸다”고 선언했다. 웹 사이트는 신문으로, 신문은 주간지로, 주간지는 월간지로, 월간지는 사진앨범으로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집을 지키는 개처럼 사람이 지나갈 때는 소란스럽게 짖어대고 사람이 없을 때는 조용히 앉아 있는 반작용 저널리즘은 따분하다”고 지적한다.

뉴스위크와 WSJ의 운명을 가른 것도 이 지점이다. NYT의 미디어 전문기자 크리스틴 허니는 “2010년 워싱턴포스트가 92세의 오디오 사업가 시드니 하먼에게 뉴스위크를 단돈 1달러에 매각하면서 엇나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허만은 뉴스위크를 다시 디지털 매체인 데일리비스트와 합쳤다. 신문과 온라인 매체의 서로 다른 환경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뉴스위크를 떠난 한 직원은 “티나 브라운 편집장은 1980년대 감각으로 잡지를 만들었다”며 “젊은층이 많이 찾는 데일리비스트와는 맞지 않았다”고 NYT에 털어놨다.

WSJ도 2007년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에 팔렸다. 뉴스코프는 WSJ의 디지털 전환을 추구했다. 하나의 사안을 골라 심층 보도를 매일 싣고, 현장 르포 기사를 대폭 보강했다. 온라인에는 중국어판·일본어판에 이어 한국어판까지 만들어 전 세계 독자를 겨냥했다.

그렇다면 WSJ와 뉴스위크의 콘텐츠 차이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온라인과의 효과적인 융합에 실패했다는 뉴스룸의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경영이다.

평생 오디오를 만들어온 시드니 하먼은 뉴스위크라는 브랜드를 자신이 소유하게 된 것에 만족했다. 2011년 그가 사망하자 유족들은 뉴스위크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루퍼트 머독은 20세기 폭스 채널, 영국 더 타임스 등을 소유한 언론 재벌이었다. WSJ는 뉴스코프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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