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공정여행

아시아 서남부 히말라야 산맥 동쪽의 작은 왕국 부탄. 국민들은 매우 가난하지만 행복도는 세계에서 1위인 나라다.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립 정책을 쓰고 있다. 요새를 뜻하는 전통건물 종(Dzong)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고, 국민들 옷차림새 또한 수백년 전과 똑같다. 그래서인지 ‘신비의 나라’ ‘은둔의 나라’로 불린다.

이 나라를 찾으려는 외국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1974년부터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부탄 정부의 독특한 정책이 주효했다. 1년간 입국 외국인을 7500명으로 제한하고, 개별 관광을 불허하고 있다. 그리고 가이드비와 숙박비 교통비 식비 등 명목으로 1인당 하루에 250달러씩 받는다. 이 중 60달러 정도가 부탄 국민들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에 사용된다.

다소 비싼 감이 있지만, 관광객들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문화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어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현지인들에게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도 색다르다.

소위 ‘공정여행’ ‘착한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곳이 부탄인 셈이다. 여행객은 물론 현지인들도 함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정여행은 1988년 영국의 한 시민단체가 여행자들의 책임과 윤리적 행동을 요구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 방법은 어렵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간단히 말하면, ‘어디를 여행할까’보다 ‘어떻게 여행할까’를 더 고민하면 된다. 근사한 호텔에서 잠자고 식사하며, 대형 쇼핑센터에서 명품을 구입하고, 인공적으로 꾸며진 경관을 감상하는 기존의 여행 관념에서 벗어나 현지 주민들을 배려하고 방문 지역에 스며드는 여행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여행을 즐길 때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십상이다. 쓰레기로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현지인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거나 문화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공정여행은 외국에 갈 때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자기 나라를 돌아다닐 때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중국 윈난성 소수민족들을 만나는 여행 상품이 선보인 이후 여행 애호가들 사이에서 공정여행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봉사와 관광을 겸하는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한 해 9억명 가량이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마침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공정여행에 동참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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