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폭풍우 ‘드레초’ 강타… 미국의 두 얼굴
지난달 29일 직선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폭풍우 ‘드레초’가 미국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주, 오하이오·웨스트버지니아주에 큰 피해를 주었다. 워싱턴DC 교외 버지니아주의 기자 집에도 전기, 전화와 인터넷, TV가 사흘간 모두 끊어졌다. 섭씨 36∼37도를 오르내리는 폭염까지 겹쳐 낮에는 시원한 공공시설을 전전하고, 식사도 문을 연 식당을 찾아 해결해야 했다.
아무리 늦더라도 하루면 복구될 것이라 생각한 것은 정말 오산이었다. 우리나라처럼 공기업이 아니라 민간 전기회사가 지역별로 영업을 하는 탓인지 여드레가 지난 지금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 있다. 교통신호등까지 모두 꺼져 버리는 것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이 이렇게 허술할 수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워싱턴DC의 덜레스 공항도 엉망이 됐다. 단전으로 컴퓨터 전산시설이 마비돼 탑승 수속도 수작업으로 해야 했다. 발권과 탑승이 지연되면서 공항은 시장바닥으로 변했다. 주차 전산망이 중단돼 차량들이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데만 1시간 이상이 걸렸다. 미국 수도의 관문인 국제공항이 사실상 마비된 것이다. 당시 비행 관제 등 일부 필수 업무만 비상전원을 이용해 가동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호등이 꺼진 교차로에서도 차량이 원활하게 흘러가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운전자들은 한갓진 길은 물론 왕복 6차선 대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도 ‘묵시적인 약속’에 따라 차량을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그 약속이란 다른 방향의 차량이 만나는 곳에서는 1초라도 일찍 도착한 차량이 먼저 움직인다는 것. 다른 차량이 없는 상황에서도 무조건 정지 신호 앞에서 3초간 머물렀다 출발하는 미국인들의 규칙 준수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미국인들이 관(官)의 간섭에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는 데는 이러한 시민사회의 자율성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레초가 덮친 직후 방송 진행자는 물론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전기회사 등의 적극적인 피해 복구 노력에 감사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 것도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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