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中 권력 암투 내막… ‘왕리쥔 사건’ 배후에 도사린 허궈창-왕양-후진타오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가 위기 탈출을 위해 지난 주말 바쁜 ‘물밑 행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 서기는 지난 11일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를 접견하는 등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을 이어갔지만 구명 운동을 펴고 있다거나 사직 의사를 당 중앙에 전달했다는 등 갖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다.
특히 황치판(黃奇帆) 충칭 시장이 10일 베이징에 돌연 모습을 드러내 주목을 끌었다. 그는 왕리쥔(사진) 부시장이 청두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갔을 때 그의 신병 확보를 위해 경찰력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으나 국가안전부 세력에 밀렸다.
이에 대해 보 서기 측이 그동안 왕 부시장 문제를 다룬 과정을 설명하는 한편 중앙이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방향을 파악하고자 하는 목적일 것이라고 홍콩 일간 명보(明報)는 전했다. 명보는 또 황 시장이 규정을 어기고 관할 지역을 벗어나 충칭에서 청두까지 경찰력을 동원했던 상황에 대한 해명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 반체제 사이트 보쉰(博訊)은 보 서기가 덩샤오핑(鄧小平)의 장남 덩푸팡(鄧僕方) 등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거나 최근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담은 편지를 정치국 상무위원 9명에게 보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드러나는 권력 암투 내막=보 서기가 충칭시 서기를 맡은 뒤 왕리쥔을 통해 소탕한 인사들은 충칭시 서기를 지낸 허궈창(河國强) 정치국 상무위원(당 서열 8위)과 광둥성 서기 왕양(汪洋)이 재임 기간 중 발탁한 간부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허궈창이나 왕양을 찾아가 울고 심지어 혈서를 쓰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왕양의 측근인 충칭시 전 사법국장 원창(文强)은 조폭 비호 혐의로 사형을 당했다.
허궈창과 왕양은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그동안 “배후에서 이를 갈고 있었다”고 보쉰은 전했다. 더욱이 허궈창은 관리들의 부정 부패를 조사하는 중앙기율검사위의 총책임자인 서기를 맡고 있다. ‘왕리쥔 사건’은 바로 기율검사위가 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허궈창은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상하이방(리펑, 주룽지), 공청단(후진타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총리를 지낸 리펑과 주룽지는 그를 많이 밀어줬다. 허궈창은 특히 공산당 중앙조직부장이라는 요직을 맡았을 때 후진타오 계열의 공청단 간부들을 승진시키는 데 앞장섰다.
왕리쥔이 공안국장직에서 쫓겨난 뒤 공청단 계열로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의 비서 출신인 관하이샹(關海祥)이 그 자리에 앉은 것은 당 중앙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시진핑 부주석(태자당)은 충칭을 방문해 같은 태자당인 보시라이에게 힘을 실어준 적이 있다. 그러나 후진타오 주석은 오랫동안 충칭을 방문하지 않아 ‘충칭 모델’에 대해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왕리쥔 사건은 후진타오-허궈창-왕양으로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보시라이와 왕리쥔, 등 돌린 이유는=중앙기율검사위는 지난해 12월 마침내 왕리쥔의 부패와 관련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 2000년대 초 랴오닝성 톄링(鐵嶺) 공안국장으로 있을 때의 비리가 후임자인 구펑제(谷鳳傑, 12년형)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왕리쥔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서 기율검사위 측으로부터 은밀한 제의를 받는다. 보시라이가 참석한 모든 회의 기록과 범죄소탕과 관련한 통화 내역을 제공해주면 정상을 참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보시라이 측은 왕리쥔이 중앙기율검사위의 수중에 떨어지기 전에 먼저 신병을 확보해 선수를 치려 했다. 왕리쥔은 보시라이 측이 기율검사위보다 훨씬 위협적이라는 걸 알고 미국 총영사관행을 선택하게 됐다고 보쉰은 전했다.
왕리쥔이 기율검사위에 넘긴 보시라이 가족의 비리 내용은 엄청나다고 보쉰은 전했다.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는 해외에 거액의 재산을 빼돌렸다. 보시라이는 랴오닝성 범죄조직과 결탁해 ‘진저우(錦州)광업’ 산하 기업으로부터 해외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는가 하면 충칭에서는 경찰 복장과 비품 구입 과정에서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겼다. 수백억 위안에 달하는 거래를 자신이 아는 기업체 사장들과만 했다고 한다.
왕리쥔이라고 나을 것도 없었다. 그는 톄링과 진저우에서 범죄 소탕에 나섰지만 그곳 암흑사회를 비호하는 최고위직 인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조폭 세력을 동원해 다른 조직을 치는 수법을 썼던 셈이다. 보시라이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필요에 의해 그를 중용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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