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20) 유준열 동양종금증권 사장] “100세 시대 맞아 매력적인 연금서비스 구축할 것”
자기자본 규모가 1조4000억원 수준인 동양종금증권은 대형 증권사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동양종금증권은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을 운영할 예상 증권사 목록에서도 빠져 있다. 하지만 동양종금증권은 업계 안팎에서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통한다. 390만 가입 계좌, 잔고 8조5000억원, 잔고 기준 시장 점유율 20%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렇게 동양종금증권을 ‘자산관리의 명가’로 만들어 낸 유준열(58) 사장은 다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CMA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게 해준 종금업 라이선스가 다음 달 말 만료되고, 12월부터는 종금을 뺀 ‘동양증권’으로 새 출발하기 때문이다. 25일 서울 을지로 동양종금증권 사옥 사장실에서 유 사장을 만났다. 그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CMA와 채권 등 확정금리형 상품의 강자였지만 이제부터 보다 다양한 자산관리형 상품을 갖추고 더 많은 고객들에게 다가가려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간 CMA 시장에서 동양종금증권이 1위를 지키게 해 준 것은 1인당 5000만원까지 원금이 보장되는 종금형 CMA 덕분이었다. 종금형 CMA의 대안으로 유 사장이 첫손에 꼽은 것은 퇴직연금 상품이다. 퇴직연금 상품 시장에 대한 그의 애착은 남달랐다. 최근 회사 내에 설치한 자산관리연구소의 이름을 ‘롱 라이프 자산관리연구소’라고 명명할 정도다. 그는 “‘100세 시대’라는 거대한 변화는 퇴직연금시장을 단기간에 급성장시킬 것”이라며 “많은 연구를 통해 고객들에게 매력적으로 호소할 체계적인 노후 연금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이머징마켓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것도 유 사장이 세운 새로운 도약 계획의 일부다. 동양종금증권은 미국과 아시아 지역에 4개 법인과 3개 사무소를 진출시킨 상태다. 그는 “선진국 시장에 뛰어들어 글로벌 IB들에 맞대응하기보다는 그들에게 배운 노하우를 이머징마켓에서 적용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출혈 경쟁을 피하는 한편 아시아 이머징마켓의 성장 속도를 기업의 에너지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12월에는 우리가 캄보디아 증시 상장 1호 기업에 대한 기업공개(IPO)를 맡는다”며 “앞으로는 뉴욕과 홍콩에 있는 현지법인을 연계해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자본을 연결하는 작업(크로스 보더 딜)에도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큰 포부를 가진 유 사장이지만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증권사 대형화의 움직임에서는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그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에 끼어들기 위해 증자를 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수익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리한 자기자본 확충을 시도하기보다는 강점인 20∼30대 젊은 고객층에 대한 자산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헤지펀드 도입 등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소형 증권사들은 2∼3곳이 합병을 하더라도 사업구조가 비슷해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듣는 경영’을 실천하는 CEO로도 유명하다. 그는 4월부터 사내 인트라넷에 ‘통나무’라는 공간을 만들어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회사의 미래를 논하고 있다. 수시로 책을 선물하고, 부서별로 맥주 파티를 주선하는 것도 그만의 소통 방식이다. 좋은 책을 읽으면 직원들에게 단체 메시지로 나름대로 쓴 서평을 보내기도 한다. 그는 “모든 글에 답변을 일일이 할 수는 없지만, 젊은 직원들의 생각을 들어야 회사에 좋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증권업계 CEO로서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 있느냐고 묻자 유 사장은 “꼭 보여줄 것이 있다”며 사장실에 걸린 액자 하나를 떼어냈다. 액자에는 ‘금융 그 이상의 가치’라는 동양종금증권 모토가 적혀 있었다. 유 사장은 “매일 아침 출근하면 이 글귀를 읽으며 마음가짐을 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양종금증권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경제적인 이익을 뛰어넘는 높은 차원의 만족을 얻게 해 주고 싶다”며 “어려운 원칙이지만 사장으로 있는 동안 이를 꼭 지키려 한다”고 말했다.
유준열 사장은
△1953년 서울 출생 △1977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1985년 동양증권 입사 △1995년 동양증권 경영지원본부장 △2001년 동양카드 대표이사 △2003년 동양온라인 대표이사 △2006년 동양창업투자 대표이사 △2007년 동양시스템즈 대표이사 △2009년 3월 동양종금증권 대표이사 사장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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