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사법제도 따라 ‘해적 단죄’ 본보기

부산지법 형사합의 5부가 27일 선고공판에서 해적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우리나라 사법사상 처음으로 해적에게 사법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비록 우리나라 영해 밖에서 벌어진 일이라도 우리 국민과 재산에 피해를 입힌 해적에 대해 엄정히 단죄한다는 입장을 해적들은 물론 국제사회에 분명히 알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소말리아 해적을 국내로 압송해 사법 처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원거리 이동과 재판 과정에서의 격리수용, 통역 등에 이미 큰 비용이 들어갔고 해적들이 형을 확정 받아 장기 복역하게 돼도 이들을 수용·관리하는 데 수억원이 지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비용을 감수하고도 ‘자국민을 공격한 해적은 반드시 처벌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사법부가 이들을 단죄할 수 있었던 법적 근거는 ‘해적 행위는 모든 나라가 처벌할 수 있고 공해상에서 해적들을 체포했기 때문에 국제법상 근거가 충분하다’는 유엔 해양법협약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사법 관할권’ 문제와 ‘해적 사법 처리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인 만큼 실익이 없는 것 아니냐’는 등의 반론도 만만찮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날 선고에 앞서 아만 알리 변호인 측이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국제법과 국내법을 충분히 검토한 결과 처벌이 적법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해적재판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선진 사법시스템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의미도 있다.

우리나라 형사재판에서 강조하는 ‘공판중심주의’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해적재판에 적용, 우리 사법당국의 재판 역량과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다.

생포된 해적들조차 부산으로 압송된 후 “우리 같은 해적도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한국의 사법시스템에 놀랐다.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 결과는 ‘생포된 해적 90％가 석방되고 있어 해적행위가 조장된다’는 지적에 따라 해적재판을 위한 단일 사법체계를 만들려는 국제사회 움직임에 중요한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법 전지환 공보판사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 발생지역에 관계없이 우리 형법으로 반드시 처벌한다는 원칙을 보여준 판결”이라며 “재판부도 배심원들의 평결을 존중 해 판결함으로써 국민참여재판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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