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맹경환] 자연을 살리는 양어장
스페인 남부 세비야 과달키비르강의 한 섬에는 특이한 양어장이 있다. 우선 면적만으로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113㎢로 여의도(8.4㎢)의 8배가 넘는다. 의아스럽게도 양어장은 기르는 물고기의 포식자인 새들의 낙원이다.
농어 도미 숭어 등 1년에 1200t을 생산하는데 이 중 20%는 새들 먹이로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도 양어장 관리인들은 새떼를 내쫓지 않는다. 오히려 반긴다. 새들이 모여드는 것은 먹이가 풍부하고 질이 좋다는 것이니까 양어장의 생산물들이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새들의 건강함을 양어장의 생태계와 물고기의 우수성을 판단하는 척도로 여긴다는 얘기다.
베타 라 팔라마라는 이름의 양어장이 생긴 것은 1982년이다. 그전까지 이곳은 소를 키우는 목장이었다. 당초 습지대였던 곳의 물을 빼 만든 목초지였던 것이다. 습지를 목장으로 바꾸다 보니 원래 주인이었던 조류의 90%가 사라졌다. 이런 곳을 스페인 식품 대기업인 이사파로스가 인수해 양어장으로 만들었다. 양어장으로 변신하는 것은 어찌 보면 쉬웠다. 물을 뺄 때 사용했던 복잡한 수로를 다시 이용해 대서양의 바닷물을 끌어들였다. 자연 상태와 같다 보니 양어장에는 인공 사료를 뿌리지 않아도 물고기의 먹잇감이 풍부하다. 강 하류의 오염물질을 걸러 바다로 내보내는 인공정수장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자라는 물고기들은 행복할 수밖에 없다. 맛도 오히려 자연산보다 좋다고 한다. 보통 양어장에서 자란 물고기들은 400g 정도면 출하되지만 이곳에서는 4∼5년을 길러 1㎏까지 크고 나서야 음식점으로 팔려 나간다.
물고기가 행복하니 새들도 행복하다. 이곳을 찾는 새들은 250여종 60만 마리에 이른다. 이 중 저어새와 왜가리 등 다른 곳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50여종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프리카와 유럽을 오가는 철새들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유럽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민간조류보호구역이 된 것이다.
베타 라 팔라마는 자연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양어장이다. 전 세계 기아 인구가 10억명에 육박한다. 한편에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베타 라 팔라마 같은 양어장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한 혜안이 필요할 때다.
맹경환 차장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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