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기독교 윤리란 무엇인가

하나님의 부르심 받은 교회는 더욱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기독인은 책임적 존재이다. 하나님의 명령에 대해 즉각적으로 응답(response)해야 한다. 책임(responsibility)이란 응답을 전제로 해서 행위 귀결 전체를 떠맡는 것을 말한다. 행위자 모두는 응답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주게 된다.

도덕적 인격체로서 기독인은 하나님께 받은 명령에 대해 개인적 행위만이 아니라 사회적 행위를 통해서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기독교윤리는 책임윤리를 논하게 된다.

리처드 니버는 그의 책 ‘책임적 자아’에서 기독인은 사회적 자아로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설파했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내린 문화명령(창1:28 이하)에 대한 응답과 더불어 선한 창조질서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이렇듯 책임적 자아란 사회과정의 움직임에 의해 공동체에서 응답하고 책무를 지는 존재라는 것이다. 예컨대 사회 속 타자에게 대답하고 그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으로, 정치 경제 법 가정 교육 문화 예술 환경 등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응답하고 헌신하는 것이다.

디트리히 본회퍼 역시 ‘윤리학’에서 책임윤리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책임윤리란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대해 전적으로 응답하는 것이다. 예수는 인간이 되신 하나님의 아들로서 우리를 대신해 사시고 죽으셨다. 그의 삶과 행동과 고난은 대리적이다. 예수는 타자를 위한 존재이다. 우리 역시 타자에게 생명을 완전히 내어준 주님처럼 대리적 삶을 살아야 한다. 본회퍼의 책임 영역은 사회 전 분야를 포괄한다. 대리적 행위로서의 사회적 책임은 본회퍼 윤리의 골자이다.

본회퍼의 교회 개념 역시 그리스도 중심적이다. 그리스도의 대리적 행위라는 관점에서 비켜갈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름에 순종해 십자가를 지고 그의 고난에 기꺼이 동참하는 것이 교회가 가야 할 길이다. 집단 인격체로서 교회는 대외적 사회성이 적잖이 강조된다. 타자를 위해 존재하는 공동체의 모습이다. 교회는 이웃을 섬기고, 이웃과 연대해야 한다. 결코 자기 목적이 앞서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란 선택과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의무이자 당위이다.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조직된 기업은 외관상 이익공동체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러한 기업도 사회적 공헌과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 비영리성, 비당파성을 띠는 시민사회 단체들도 사회적 책무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물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신앙 공동체, 교회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 나가는 데 힘써야 한다.

오늘날 교회가 신뢰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불신을 조장하고 있지 않은지 심각하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교회가 대사회적인 나눔과 섬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여전히 부족한데, 구성원 간 불신은 물론 성 추문, 금권정치, 재정 사용과 관련한 부패와 비리 문제, 세습 문제 등은 사회적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교회의 영적 지도력과 대사회적 지도력의 회복을 통해 교회 본연의 임무에 힘쓰는 자성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강병오 교수 (서울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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