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문지방 넘기] 부활 후 제자들을 찾아 밥상을 차려주신 까닭은?

부활하신 예수님은 어디에 가셨고, 또 무슨 일을 하셨나요? 요한복음의 맨 마지막 21장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에 디베랴 호숫가에 가셔서 제자들을 만난 일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부옇게 동터 오는 새벽녘, 디베랴 호숫가에 서 계시던 예수님은 호수에서 그물을 던지는 제자들에게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5절) 하고 묻습니다. 여기에서 ‘고기(프로스파기온)’는 반찬으로 쓸 조그만 물고기를 뜻합니다. 제자들은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시장에 내다 팔 물고기는커녕 자기들의 허기를 채울 물고기 몇 마리조차 잡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훤히 알고 계시는 예수님께서 “반찬거리라도 잡았느냐?”고 물으셨던 것입니다.

나중에서야 예수님을 알아본 제자들은 배를 저어 육지에 댑니다. 육지에 올라온 제자들 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침 밥상이 차려져 있습니다. 대체 이 밥상을 누가 차려 놓은 것일까요? 우렁각시가 몰래 와서 차려 놓았나요? 하늘의 천사가 내려와서 차려 놓고 갔나요? 아닙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차려 놓은 밥상입니다.

밥상을 차려주시는 예수님! 상상만 해도 흥미롭습니다. 앞치마를 두르고, 매운 연기를 삼키며 숯불을 피우고, 나무꼬챙이에 물고기를 꿰어서 타지 않게 잘 구워서 한쪽에 담아 놓고, 떡덩이를 구워서 따로 챙겨 놓고, 식탁 대신 겉옷을 벗어서 펼쳐 놓고, 그 위에 음식들을 죽 차려 놓은 다음에 제자들을 기다리는 예수님의 모습은 전혀 뜻밖입니다.

뭍에 올라온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와서 조반을 먹으라”(12절)고 말씀하십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제자들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소리가 있을까요? 실상 제자들은 밤새 그물을 던지느라 온몸의 기력이 다 빠져 버렸습니다. 매번 빈 그물을 보면서 허탈감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으로 빈 그물을 가득 채우기는 했지만 육지에 당도했을 때는 배가 너무 고파서 배꼽은 등짝에 달라붙고, 눈은 퀭하니 십리나 들어갔습니다. 요기를 위해 숯불을 피울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예수님께서 친히 숯불을 피우고 물고기와 떡을 구워서 밥상을 떡하니 차려 놓았습니다. 예수님이 구운 물고기는 조그만 것들이고, 떡덩이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차려 놓은 밥상도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조그만 밥상에 놓인 조촐한 음식들이 제자들에게는 이 세상의 그 어떤 음식보다 더 맛있고, 더 푸짐한 진수성찬이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찬란하고, 화려하고, 빛나는 모습으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자들의 배고픈 심정을 헤아리고 친히 조그만 밥상을 차려주시는 친근하고 자상하신 모습으로 다가오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신 디베랴 호숫가에는 천군천사들의 나팔 소리도 없고, 무리들의 환호소리도 없이, 평소처럼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이 땅의 어느 구석진 곳에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배고픈 사람을 찾아가 조그만 밥상을 차려주는 이들, 좌절과 절망 속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의 지친 손을 잡아주는 이들, 외로운 사람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는 이들에게서 예수님의 부활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오종윤 목사 (군산 대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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